경찰청은 11월 5일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등이 진행할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 이후 종로와 을지로 방면으로의 행진을 금지했다. 금지한 이유는 “세종로는 주요 도로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행진이 불가능하다”였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악법으로 불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 12조 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을 근거로 들었다. 이 조항과 시행령을 충실히 따른다면 서울의 웬만한 도로에서는 집회가 어려울 뿐더러 주말 집회는 더더욱 불가능하다는 비판을 경찰청은 모른 척 하고 있다.
집시법조차도 제한과 금지를 구분해 판단하도록 하고 있는데, 경찰청은 제한이 아니라 금지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미 법원 판례(1998년 서울고등법원)도 “교통 소통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위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위법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니 금지 판단에 대한 책임은 경찰청이 질 수밖에 없다.
놀라운 첩보력을 가진 경찰청이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토요일 故백남기 농민의 장례가 치러지면 물대포 사용에 대한 특검요구가 더 높아질 것이다. 경찰청은 이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경찰청이 제출한 21017년 예산안에는 집회 채증 목적으로 538대의 채증장비를 구입할 17억 5천만원 정도의 예산이 포함되어 있다. 집회에서의 과도하고 불법적인 채증 역시 경찰청이 앞으로 책임을 져야할 몫이다.
언제까지 권력층의 눈치만 보고 있을 셈인가? 공직자로서 마땅히 져야 할 최소한의 판단과 책임을 언제까지 피할 셈인가? 대통령이 퇴진하면 경찰의 판단을 누가 비호해 줄까? 지난 정부 때 경찰과 검찰을 개혁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반성이 있는 만큼 이번에는 결코 개혁의 바람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진정 민중의 지팡이가 되고 싶다면 줄을 잘 서야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16년 11월 4일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