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 받아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주민을 이렇게 대할 수가 있어!”지난주 한 민원인이 고성을 지르며 공무원에게 한 말이다. 그 후로 글로 담을 수 없을 정도의 인격 모독적인 폭언을 퍼붓던 그 민원인은 한 시간이 넘게 공무원의 반복되는 사과를 받은 후 돌아갔다.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욕하기 시작 하는 민원인의 경우에는 도저히 상담이 불가능한 경우일지라도 먼저 전화를 끊기가 힘들다. 전화를 끊더라도 곧바로 전화를 해서 업무를 마비시키는 경우가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민원인이 신고할 경우를 대비하여 상담내용에 기록을 할뿐 별다른 대책이 없이 욕설을 들어야만 한다.
전화 녹음기능이 있어도 녹음한 내용을 신고한 경우를 본적이 없고 신고하는 방법도 잘 모르겠다.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나 기물을 파손하는 경우라면 차라리 낫다. 경찰에 신고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굴할 정도의 사과를 요구하며 폭언을 내뱉은 민원인이나 전화를 걸어 끊지도 못하게 하며 욕을 하는 민원인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악성 민원인에게 강력하게 대응을 하려고 해도 어느 수준의 말과 행동이 허용이 되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대처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악성민원인을 대처하는 매뉴얼이나 교육프로그램이 있을 법도 한데 아직까지 그러한 매뉴얼을 본적도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다.
공무원은 민원인에게 친절해야한다는 일방적인 방식의 친절교육만을 전직원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받아왔을 뿐이다.
얼마 전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전화상담원들을 대상으로 ‘폭언전화 근절’실험을 8개월 간 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인격 모독 언어, 욕설을 들으면 전화를 먼저 끊는 ‘단선 정책’을 제안 했다. 욕설과 인격 모독은 두 차례, 위협적인 말에 대해서는 세 차례 경고를 한 뒤 전화를 끊게 하는 것이었다. 전화를 끊을 시에는 단선 버튼을 눌러야하는데 그때의 민원인은 이런 안내의 말을 듣는다. ‘지속적인 욕설 사용으로 인해 통화가 종료되었습니다.’전화가 끊긴 뒤 다시 전화를 걸어온 고객의 97%는 아무런 문제없이 정상적으로 상담을 진행했다고 한다. 또한 절반이 넘는 상담원이 이러한 매뉴얼의 시행으로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답했고, 79%의 상담원이 업무를 원활하게 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답변을 했다.
이처럼 공무원에게도 악성민원인 대처에 관한 매뉴얼을 만들고 숙지시킨다면 악성민원인을 만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전문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고 다른 민원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악성민원인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은 공무원의 인권을 보호하는 일이며 공무원에게 건강한 직업의식을 갖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건강한 직업의식을 통해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윤리의식을 고취시켜 공무원의 청렴도와 친절도 역시 향상시킬 것이라 믿는다.
‘악성민원인 대처 교육’의 중요성이 ‘친절교육’의 중요성만큼 부각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