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라는 공동 관심사로 친해지게 된 아파트 이웃이 있었다. 같이 차도 마시고 , 이야기도 하면서 많이 가까워 졌는데, 가끔 까페에 가서 차라도 마실라 치면 ‘언니인 내가 내야지~’하는 생각이 먼저 들곤 했다. 그러나 나의 이웃은 “언니~ 각자 내요”라고 서슴없이 말해 주었다. 처음에는 좀 미안하고 어색한 감이 있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만남이 편해졌다.
외국인들이 신기해하는 것 중 하나가 ‘한국인들은 여럿이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서 왜 서로 계산을 하려고 싸우는가?’라고 한다. 먼저 기분 좋게 내고 싶고 대접하고 싶은 우리네 마음이 서로 비슷해서 생기는 일로, 우리에게는 그리 이상한 풍경이 아니지만, 외국인 눈에는 신기해 보이나 보다.
그 반대의 경우로, 계산할 때만 되면 화장실에 가거나, 신발끈을 고쳐 매는 어색한 모습들이 코미디 소재로 쓰이기도 한다.
우리는 예로부터 같이 모여 나눠 먹고, 한턱내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중국집에서는 탕수육을, 파스타를 먹을 때는 피자를 같이 시켜 먹고, 반찬도 같이 공유해서 먹는다.
또 나이가 많은 사람은 연장자이니까, 남자와 여자가 같이 있을 때는 주로 남자가, 한쪽이 사면 다음에는 다른 한쪽이 내기 등 풍성하게 먹고 즐기는 자리를 좋아하고 먼저 베풀고자 하는 면이 많이 있다. 그래서 각자 나눠 내는 문화가 우리 정서에 조금 맞지 않아 보일수도 있겠다.
지난달부터 시행되고 있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김영란법”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법을 최초 제안한 김영란 대법관은 이 법을 ‘더치페이’ 법이라고 했다.
부정한 선물·향흥 제공은 거부하고 먹은 만큼을 각자 계산하면 어려울 게 없는 법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한편 국립국어원에서는 ‘더치페이’를 ‘각자 내기’ 또는 ‘나눠 내기’로 순화해서 쓰자고 제안하고 있다.
우리말 중 ‘도드리’라는 말도 있는데, ‘도드리’는 ‘서로 가지고 와서 나눈다’라는 뜻의 순우리말로 ‘각자내기’ 라는 말이 정이 없어 보인다면 이제부터는 ‘도드리 하기’는 어떨까 제안해 본다.
이제는 ‘청렴은 어렵고, 조심스러운 것’ 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청렴은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바꿔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합리적인 사고를 통해 좀 더 유연하고 소통이 잘되는 사회로 발전할 수 있는 시작이 바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