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5일 제18호 태풍 ‘차바’가 제주도를 무섭게 치고 갔다. 하루에도 수십 건씩 전화가 걸려오고, 직접 주민센터를 방문해서 피해 상황을 접수하시는 주민들도 많았다. 공직생활을 시작한지 열흘째 되던 날 맞이한 비상사태는 초보 공무원에게 당황스럽고 무서운 상황이었다.
화가 난 상태로 전화를 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어쩔 줄 몰라 문의전화를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몇몇 분들은 주민센터로 방문하셔서 피해를 접수하시다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마음 아픈 상황이었다. 하루하루 너무 바쁘고 정신없는 날들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공무원들을 믿기 때문에 주민센터로 전화도 하시고 직접 방문도 하시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몇몇 잘못된 행위를 한 일부 공무원들의 사례가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일반화되어 공무원을 향한 시선이 늘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을 알아주고 믿어주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 있을 때 문의전화를 하시거나 직접 센터를 방문해 주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더욱 믿음을 줄 수 있는 공무원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결국은 ‘청렴’인 것 같다. 최근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공무원들을 향한 시선이 더 예민해졌다.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들이 많고 심지어 란파라치를 양성하는 학원도 많이 생겨났다는 소식도 들었다. 이제 갓 공직사회에 몸을 담은 새내기로서 ‘많은 분들이 공직사회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조금 속상한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작용해서 공무원들이 더욱 청렴하고 주민 분들에게 더 큰 믿음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공무원으로서 항상 양심적이고 친절하게 주민들을 대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