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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줄 알아요.
[기고]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줄 알아요.
  • 영주일보
  • 승인 2016.10.1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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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 제주시 정보화지원과
▲ 신재현 제주시 정보화지원과 ⓒ영주일보

행정전산장비 보급업무 맡고 있었을 때였다. 영업을 담당하는 제주시 컴퓨터 관계자들은 컴퓨터 구입 시기를 귀신같이 알아내서 종종 사무실로 찾아오곤 한다. 팸플릿을 가져오며 자신들의 물건을 홍보하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개중에 몇 명은 마우스패드, 핸드폰 보조배터리, USB 등 제품관련 소모품들을 가져와 사무실에 뿌리고 간다. 여간 난처한 일이 아니었다. 영업 하는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잘 보이기 위해 하는 행동이었을지라도 우리 입장에서는 받아야 되는지 거절해야 되는지, 또 거절한다 해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책상 위에 놔두고 갔을 땐 어떻게 돌려줘야 되는지 그 구분도 모호하고 귀찮은 일만 떠안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청탁금지법”으로 유명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 그 때 있었다면 영업하는 사람들이나 공무원들 서로가 조심해서 생기지 않았을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들이 한 가지 더 간과한 것이 있다면, 법이 생기지 전부터 이런 것들을 단호하게 거절했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점이다.

영업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접대”라는 말이 영업의 기술로 자리를 잡았고, 관련 제품들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마케팅 전략이라고 인식되어 왔다. 이렇게 되기까지 우리 공무원들은 이것을 당연한 권리인 줄 알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영화 부당거래에서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아요.”라는 명대사가 있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았던 이 당연한 권리가 결국에는 업체들끼리 무리한 홍보경쟁을 부추기고 모두를 자멸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상대방을 곤란하게 할까봐......’ 혹은 ‘상대방이 나를 바라보는 태도가 바뀔까봐......’ 우리들은 상대방의 호의에 약하고 거절에 익숙지가 않았다. 남을 먼저 배려했던 우리들의 고유문화가 어느새 나를 위한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이면서 문화는 변질되었고 이를 막기 위해서 법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만약 우리들이 거절할 수도 있는 용기만 있었다면 아마 이러한 법은 재정되지 않았을 것이다.

청렴은 작은 용기에서 시작된다. 지금이라도 권리라는 어리석은 올가미에 얽매어 스스로가 자멸되기 전에, 우리가 먼저 거절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다면 서로가 신뢰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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