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퀴퀴한 냄새, 묵은 때가 잔뜩 낀 거무스름한 이불, 파리와 구더기가 가득한 음식물쓰레기, 방안에 가득한 쥐의 배설물...’
돌봐줄 가족이 없는 86세 김어르신의 집 모습이었다. 도저히 사람 사는 곳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상태였다. 밥통이 없어 하루에 겨우 한끼 해결하셨다는 어르신, 눈과 귀가 어두워 도움을 요청하기는커녕 소통 자체를 거부하였을지도 모른다. 이에 한림읍 맞춤형복지팀은 지난 9월 한림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 및 사랑나눔봉사단 30여명과 두팔을 걷어붙이고 집청소를 추진, 한림읍장애인지원협의회에서는 도배·장판을 교체하여 집안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지역주민들은 화합하여 중고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기증하였고, 한림읍 맞춤형복지팀에서는 그 외 필요한 생활용품을 지원함은 물론 어르신이 재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장기요양등급신청 연계, 주1회 복지관 무료식사제공과 주3회 밑반찬 배달을 연계하였다. 상담 내내 죽음이 가까웠다고 말씀하시던 어르신의 입가에는 미소가 머금었고 한줄기 희망의 빛을 찾을 수 있었다.
그동안 해마다 복지사업은 늘어나고 복지예산 확대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복지체감도 향상에는 한계가 있었다. 늘어나는 복지수요와 공급을 담당하기에 읍면동의 복지 역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제한된 복지인력으로 단순 복지신청·접수 업무만을 수행하기에 급급했고 복합적인 복지 욕구에 대한 전문 통합서비스나 현장을 찾아가는 서비스는 당초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리하여 정부는 14개 시군구에 읍면동 복지기능강화 시범사업을 추진, 제주시는 2014년 7월부터 이도2동주민센터에 시범사업을 실시하였고 추진결과 저소득층 가구 방문횟수 4.3배, 복지사각지대 발굴 6.2배, 서비스 연계 3.4배, 통합사례관리 의뢰 2.5배 증가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정부는 ‘복지허브화’를 올해 주요 정책과제로 선정하였고, 2016년 2월 선도지역 33개 읍면동을 선정, 2018년까지 읍면동 복지허브화 전국적 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복지허브화란 읍면동에 맞춤형복지팀을 신설, 복지전문인력을 추가로 배치하여 복합적 문제가 있는 대상자에게 민·관협력을 통한 통합사례관리로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제공,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주민의 복지체감도를 높이려는 정책적 노력을 말한다.
한림읍은 2016년 4월에 맞춤형복지팀을 신설, 7월 28일에 맞춤명복지담당 1명, 실무자 1명을 추가 배치하여 선도 지역으로써의 틀을 갖추었다. 현재 통합사례관리 45가구(사례관리 21, 서비스연계 24)를 관리‧연계하고 있으며, 지난 9월 12일에는 민간기관·시설·사업장 11개소와 협약을 통해 통합사례관리를 위한 지역 협력기관 네트워크를 구성하였다.
그러나 제주시는 올해 9개소 읍면동에 맞춤형복지팀을 신설할 예정이었으나 인력충원문제로 5개소만 신설되었다. 복지허브화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복지인력의 충분한 확충, 읍면동장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 맞춤형복지팀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업무환경 제공, 통합사례관리의 전문성 강화, 그리고 민‧관협력을 통한 공동체 의식 확산, 즉, 이웃과 함께 한다는 나눔과 베풂의 정신이 공유될 때 주민들의 복지체감도는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구슬땀을 흘리는 맞춤형복지팀에게 우려보다는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