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규 공무원으로 임용된 지 한 달. 공무원은 편하다는 직장이라는 생각을 산산히 깨트리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임용식 전 교육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어떤 일이든 맡겨진 일은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헛된 꿈이었다. 내가 알고 있던 공무원의 업무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던 임용식 날 ‘생활환경과’로 발령을 받았을 때 다른 동기와는 달리 걱정부터 앞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겠지만 생활환경과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매립장, 클린하우스, 그리고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부서의 분위기도 파악하기도 전에 클린하우스와 매립장 점검에 나섰다.
직접 클린하우스 현장에 나가보니 단순히 쓰레기를 정리하는 것 외에 음식물계량장비(RFID)를 수리하고 부서진 재활용함을 교체하는 등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매립장에 갔을 땐 악취에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악취가 풍기는 그런 곳에서도 매립장 지하수·침춤수 관리, 재활용 선별 등 공무원들은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 일을 하고 있었다.
현장점검을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와 숨을 돌리기도 전에 5분에 한 번꼴로 울리는 전화에 사무실은 콜센터를 방불케 했다. 클린하우스 철거요청, 환경미화원 급여문의, 종량제봉투 구입요청 등 전화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전화가 빗발치는 환경 속에서도 직원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담당 업무처리하고 있었다. 과연 나라면 할 수 있을까? 존경심마저 들었다.
내가 알던 공무원은 편한 직장이었다. 과거형으로 표현한데에는 지금 나의 생각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옆에서 지켜본 공무원은 민원인의 전화에 업무가 마비되더라도 민원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업무는 야근을 해서라도 끝내는 모습이었다.
공무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리고 우리 삶의 곳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알지 못하는 어딘가에서도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힘쓰고 있을 것이다. 아직도 내가 알고 있는 공무원의 업무는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부서의 업무를 알아 가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공무원 개개인은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경험한 것 보다 앞으로 경험할 것이 많은 나에게 공직생활 한 달은 공무원은 편한 직장일 것이라는 생각을 바꾸기에 충분한 한 시간이었고 앞으로 어떤 자세로 공직생활에 임해야 할지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