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선택의 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2012년 12월19일 치러질 18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의 월계관'을 차지하기 위한 유력 대선주자와 여야 정치권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맞물리면서 정치권의 지형도도 급변하고 있다. 창당과 합당, 탈당과 입당으로 정계개편의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고, '인적쇄신'을 위한 일부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대선을 1년 앞둔 2011년 12월 현재 승기(勝氣)는 야권으로 기운 추세다. 이 때문에 보수진영에서는 '분열', 진보진영에서는 '통합'의 방향으로 정계개편이 가속화 하고 있다.
지난 대선 이후 줄곧 대권주자 지지도 1위 자리를 지켜왔던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올해 하반기들어 '반(反)한나라'를 내세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야 말았다.
이에 더해 한나라당 의원 비서의 10·26 재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태 등 악재가 불거지면서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은 여권에 속속 등을 돌리고 있다.
'확실한 미래권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던 한나라당의 구심력이 급격히 약해지면서 당내 친박(박근혜)계를 제외한 비(非)박, 반(反)박 세력은 당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에게 보수의 분열은 독(毒)이다. 보수진영을 모두 집결하고 중도층까지 끌어안아야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남권 중진의원 중에 친박이, 수도권 초선 중에 친이가 많은 한나라당 내의 독특한 계파 분포는 분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영남지역의 친박계 중진 의원들이 한나라당을 그대로 존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수도권 초선 의원들이 당을 해체하고 참신하고 젊은 정당으로 재창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박근혜 효과'의 온도차 때문이다.
보수의 분열을 막고 당을 구하기 위해 전면에 나선 박 전 대표가 "친박은 없다"고 선언하면서 당 이탈 움직임은 일단 주춤하는 추세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수도권 의원들이 기존 한나라당과의 차별성을 내세운 참신하고 젊은 보수정당이 더 높은 경쟁력을 갖는다고 판단할 경우 당 이탈은 언제든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박 전 대표의 당내 대권 라이벌인 '정몽준-김문수-이재오' 3각 연대가 총선 전에 박 전 대표와의 차별화를 꾀할 경우 보수 분열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에 반해 오랫동안 인물난에 시달렸던 야권은 안철수 원장이라는 구원투수의 등장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를 디딤돌삼아 반(反)MB(이명박 대통령), 반(反)한나라를 기치로 진보대통합의 속도를 내고 있다.
야권은 민주개혁진영인 '통합민주당'과 진보진영인 '통합진보당'의 두 갈래로 재편, 협력과 경쟁의 공생관계에 돌입했다.
특히 민주당과 시민통합당·한국노총 등이 통합한 '민주통합당'은 정치권에 돌풍을 몰고올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관측된다. DJ계와 친노직계,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가 모두 한 지붕 아래 들어옴으로써 야권의 힘을 응집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손학규 민주당 대표, 한명숙 고문, 정동영 의원은 물론 안희정 충남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최문순 강원지사, 강운태 광주시장, 김완주 전북지사, 박준영 전남지사 등이 모두 입당하고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두관 경남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으로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야권은 한나라당의 텃밭이자, 민주당의 불모지였던 '부산·경남'에서까지 세를 넓혀가고 있다. 안철수 원장과 문재인 이사장, 김두관 지사 등 영남권 인사들의 선전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근 특임장관실이 안철수신당과 박세일신당이 생길 것을 가정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지지도가 안철수신당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저축은행사태, 한진중공업사태 등으로 민심이 급격히 악화된데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던 정수재단이 소유한 '부산일보'의 경영진이 편집권 독립과 재단 사회환원을 요구한 노조위원장을 해임하고 윤전기를 세운 사건도 부산지역 젊은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인 원인이 됐다.
현재 야권의 최대 유력주자는 철옹성이던 박 전 대표를 제치고 대권 지지도 1위를 차지한 안철수 원장이다. 안 원장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야권통합이 추동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안 원장 본인은 차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고 있지 않지만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이 국민적 요구에 따라 대선 출마를 결단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 원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양보하고 박원순 시장을 당선시켰듯이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야권을 측면 지원하는 '킹 메이커'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을 앞둔 1년 동안 정치권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치권에서 분열과 통합은 동전의 앞뒷면이고, 현재의 분열이 미래의 통합으로, 현재의 통합이 미래의 분열로 작용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년 4월 총선과 하반기에 치러질 각 정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통합과 분열의 일대 전환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야의 잠룡(潛龍)들이 1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시선을 고정하고 대권 쟁탈을 위한 무한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누가 승리의 왕관을 차지할 지에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