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사람의 옆구리를 콕 찌르면 움찔한다. 넛지(Nudge)는 사소한 자극으로 똑똑한 선택을 이끌고 행동변화를 이끄는 힘을 말한다.
넛지행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화 시대에 사람들은 컴퓨터나 휴대폰 화면에서 스크롤만 하면 된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빨리 선택한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은 고객의 태도를 바꿀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실험을 했다. 호텔에서 수건이 많이 사용됨에 따른 비용을 줄이기 위한 행동변화 문구 선정을 위해서였다. 세 가지 문구는 다음과 같다.
‘지구 환경을 지킵시다. 수건을 여러 번 씁시다.’, ‘우리 호텔 투숙객 대부분은 수건 하나를 여러 번 사용합니다.’, ‘이 객실에서 묵은 손님 중 75%가 최소한 한 번 이상 수건을 다시 씁니다.’
가장 큰 효과를 낸 것은 무엇일까? 마지막 문구다. 수건 재활용율을 26% 증가시켰다. 행동변화는 문구 하나로도 차이를 이끌어낼 수 있다.
경남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의 사진들을 살펴보았다. 마을의 안내문이 멋들어진다. ‘긴급 부탁사항. 창문이나 대문 안으로 기웃거리지 마세요! 주민들께서 불편해 하십니다.’ 관광객들을 은근히 변화시킨다.
최근 소위 김영란법의 시행을 앞두고 서귀포시 공무원노조에서 한 캠페인의 문구도 참신하다. ‘추석 명절엔 정(情)이랑 하영 주고, 선물이랑 주지 맙써.’ 캠페인에 말장난이란 재미를 가한 좋은 사례다. 예전 같으면 ‘추석 명절에는 선물은 주지도 받지도 맙시다.’정도 되지 않았을까?
세상이 빛의 속도로 변한다고 한다. 과학도 눈부시게 발전한다고 한다. 하지만 행정은 각종 제도적 요인으로 그만큼 속도에 발맞추기가 힘들다. 결국 행정이 제약 안에서 사회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려면, 제도권 밖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사소한 변화, 그것을 위한 시민들의 선택 유도. 시민이 즐겁도록 시책에 재미를 가미하여 수용성과 속도를 높이는 것. 어쩌면 서귀포시 미래전략의 큰 그림은 넛지행정이라는 밑그림을 바탕으로 해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