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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심폐소생술, 4분의 기적 그리고 우리의 역할
[기고]심폐소생술, 4분의 기적 그리고 우리의 역할
  • 영주일보
  • 승인 2016.09.19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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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화 서귀포시 서부보건소

▲ 양병화 서귀포시 서부보건소 ⓒ영주일보
드라마와 같은 일이 실제로 내 앞에서 일어났다.

지난 9월 16일 11시 38~9분쯤, 추석을 지내러 온 언니네 가족들과 한라산 등반을 하고 있었다. 정상을 바로 앞두고 “사람이 쓰러졌어!”라는 다급한 형부의 외침과 동시에 무심히 지나치는 수많은 등산객들의 모습, 순간 정지화면처럼 ‘이게 무슨 상황이지’ 하면서 뛰어올라 가보니 젊은 남자가 형부와 간호학생인 조카사이에 쓰러져 있었다. 이미 의식은 없었고 맥박이 잡히지 않는다는 조카의 말, 양쪽 귀와 얼굴에 나타난 청색증 등등 ...

11시 40분, 119로 전화를 함과 동시에 평상시 익혔던 모든 심폐소생술의 행동지침들이 스쳐지나갔다. 쓰러진 장소가 돌 때문에 울퉁불퉁한 자리여서 먼저 사람들과 함께 편평한 장소로 옮긴 후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려는데 조용히 옆에서 함께 해주는 한 사람, 다행히 의사였다. 그리고 ‘뭐 도와줄게 없어요?’라며 제세동기(AED)가 정상에 있다는 누군가의 소리, 순식간에 제세동기를 갖고 와 작동시켰다. 그리고 기적처럼 돌아오는 맥박과 청색증이 풀려가고 손의 약한 움직임... 불과 몇 분 안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 안개 낀 날씨 탓에 헬기가 뜰 수 없을 것 같다는 119의 소식... 들것으로 진달래밭까지 환자를 이송해야 하는 상황을 주변에 전달하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도움요청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기에 지명하며 요청하였더니 흔쾌히 들어주셨고 들것으로 2시간 30여분에 걸쳐 내려와 119에게 인도하였다.

그런데 한 사람의 생명이 오고 갈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인데도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못 들은체 외면하는, 무심히 지나치는, 구경거리처럼 사진 찍는, 도움은 주지 않으면서 쓸데없는 말을 사람들... 내려오면서 과연 우리의 의식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제주도에서는 응급처치교육을 제주대학교와 제주한라대학교에 위탁 운영하고 있고 소방서 등 관련분야에서 응급처치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법률에 의해 정해진 교육대상자 외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희망하는 사업장, 일반 주민들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다른 어느 지역보다 많은 천여대의 AED가 제주도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이번 상황을 통하여 심폐소생술과 AED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제주도는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심폐소생술, AED에 대한 중요성과 실시방법을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함은 물론이고 우리자신은 응급상황에서 두려움 없이 맞닥뜨릴 수 있는 용기와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 때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지난 9월 16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하시겠지만 한라산 등반길 응급상황에 함께 해주신 의사선생님, 여고생 딸과 함께 올라온 아빠, 남자 대학생, 수원에서 오신분과 다른 여행객 두 분께 함께 해주신 용기에 감사의 말씀을 대신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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