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권주자는 대선 1년6개월 전에 모든 선출직 당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담은 한나라당의 당헌이 사문화됐다.
한나라당은 15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을 당권·대권 분리규정의 예외로 인정하는 당헌 개정안을 결정, 19일 전국위원회에서 이를 최종 추인한다.
비대위가 당의 최고의결집행기관인 최고위원회의 권한을 그대로 승계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되는 박근혜 전 대표는 당 대표의 권한을 행사하며 대권주자로 활동하게 되는 셈이다.
'당권·대권 분리'를 규정한 한나라당 당헌 제92조 2항은 2005년에 반박(反朴)노선을 걷던 홍준표 당시 혁신위원장의 작품이다.
그는 '대통령후보 경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상임고문 이외의 모든 선출직 당직으로 부터 대통령선거일 1년 6개월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관철시켰다.
혁신안에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 외에 9인 집단지도체제 도입, '대의원 20% 당원 30% 일반국민 30% 여론조사 20%의 대선 경선룰 확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당시 홍준표 위원장과 박형준 의원 등 혁신위원들은 대권주자들이 선거일 1년6개월 전에 선출직 공직에서 사퇴하도록 하고, 공정간 대권 경쟁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친박계는 당시 홍 전 대표의 혁신안을 박 전 대표의 지방선거 공천권을 빼앗아 세력 확대를 막으려는 시도로 해석했다.
박 전 대표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불가피한 일이 없는 한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다"고 했지만, 끝내 혁신안을 받아들였고, 대선 1년6개월 전인 2006년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이 사실상 과거의 제왕적 총재시스템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는 2002년 2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제왕적 지도체제에 반발, 당 부총재직을 버리고 탈당했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