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강왕'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을 추모하기 위해 13일 마련된 분향소에 3일째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실 1호 분향실에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김순택 삼성그룹 부회장, 정연주 삼성물산 사장,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장관, 윤해관 미주제강 회장, 김종인 전 보건사회부 장관, 권노갑 김대중기념사업회 이사장, 배우 최불암씨 등 정·재계 인사들이 방문, 고인을 추모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께 빈소를 찾은 정몽구 회장은 "박태준 명예회장은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국가를 위해서도 많은 일을 한 사람"이라며 "뭐라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훌륭한 아버님을 잃어 마음이 많이 아프겠다"며 박 명예회장의 장남인 성빈씨를 위로한 뒤 "고인의 뜻을 받들어 저희들이 더욱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
빈소에서 10분 남짓 시간을 보낸 정 회장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는 말을 남기고 식장을 떠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박영호 SK차이나 부회장, 김영태 SK주식회사 사장,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 정철길 SK C&C 사장 등과 함께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한 뒤 방명록에 "부디 편히 쉬소서. 추모하는 마음으로"란 내용의 글을 남겼다.
최 회장은 "3년 전 선대회장 10주기 추모식에서 추도사를 해줬던 고인께 늘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다"며 "우리나라 근대화의 산 증인이셨던 고인이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해 비통하다"고 말했다.
또 "지금과 같이 어려울 때 평생 국가를 먼저 생각했던 고인의 국가관과 경영철학을 본받아 대한민국이 더욱 단단한 반석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최지성 부회장, 김순택 부회장, 이인용 부회장과 함께 식장에 도착해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 회장은 "고인은 삼성그룹 선대 이병철 회장과도 각별한 인연이 있다"며 "삼성 임직원으로서 가슴이 아프다"고 소감을 밝혔다.
재계 인사 외에도 권노갑 김대중기념사업회 이사장,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 배우 최불암씨, 지구촌국제학교 재학생 등이 빈소를 방문해 고인을 추모했다.
배우 최불암씨는 "박 명예회장은 한국인의 표준이자 철의 사나이"라며 "포항제철 시절 위문공연도 자주 하는 등 좋은 일이 있으면 자주 불러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2개월 전에 고인을 마지막으로 뵀을 때도 건강하셨는데…"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 지구촌국제학교 학생 32명도 방문해 학교 설립에 도움을 준 박 명예회장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고백했다.
김해성 이사장은 "포스코 청암상 상금 2억원으로 학교를 세울 수 있었다"며 "올 3월 개교했다는 소식을 들은 고인께서 교육기자재 일체도 지원해 줬다"고 말했다.
4학년 황성연 학생은 "박태준 할아버지는 지구촌학교 친구들 한명 한명에게 굉장히 특별하신 분"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들어 고인을 찾는 조문객의 발길은 더욱 잦아졌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 김병철 고려대학교 총장, 양건 감사원장, 조석준 기상청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병철 전경련 부회장,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한진그룹 사장단,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미무라 아키오 신일본제철 회장 등이 빈소를 찾아 고인과 나눈 추억을 되새겼다.
홍 의원은 "고인의 장남 성빈씨와 스탠포드에서 함께 공부했다"는 특별한 인연을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을 일으킨 세대의 마지막 위인이 가신 것에 대해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고 말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최고의 기업을 만든 사람인데 일찍 돌아가서 안타깝다"며 "내가 청임재단 이사였기 때문에 고인을 잘 알고있다"고 회고했다. 또 "교수로 있을 때 고인의 사위 윤영각씨를 가르쳤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동반성장위원회에 대한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며 대답을 피했다.
정병철 전경련 부회장도 빈소를 찾아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초석인 철강산업을 일으키신 분"이라며 "자동차, 쇠 등이 현재 수출에서 큰 역할을 차지하는 것은 고인의 큰 공헌 덕분"이라고 밝혔다.
또 "'안되면 영일만에 빠져라'라는 말씀을 감명깊게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날 포스코와 자본을 제휴하고 있는 미무라 아키오 신일본제철 회장도 일본에서 건너와 고인의 빈소를 찾았다.
미무라 회장은 박 명예회장을 "8년 전 한국 국회에 방문했을 때 친절히 안내를 해줬다"며 "건강하고 힘이 넘치는 이미지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이어 "훌륭한 경영자일 뿐만 아니라 국가 그 자체를 걱정하신 큰 인물"이라며 "'일본경영자들도 철은 곧 국가'라고 말하는데 고인의 제철보국 정신도 이와 상통한다"고 말했다.
또 "포스코와 신일본제철의 역할은 고인의 높은 뜻을 다음세대에게 그대로 전달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장지는 서울 동작동 서울국립현충원 국가사회유공자묘역 17구역으로 결정됐다. 장례절차는 사회장 5일장으로 치러진다.
영결식은 17일 오전 9시30분 동작동 서울국립현충원에서 엄수될 예정이다. 입관식은 이날 오전 11시30분께 진행됐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