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쇄신파 의원들이 14일 오후 만나 '재창당'과 비상대책위원회 운영 등 당 쇄신책에 대해 담판을 벌였다.
박 전 대표와 쇄신파인 남경필 권영진 주광덕 김세연 황영철 의원 등은 이날 오후 5시10분께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만나 당 쇄신에 대해 논의했다.
이미 탈당한 김성식 정태근 의원은 회동에 나와 줄 것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해 불참했다.
한나라당 쇄신파는 최근 의원총회에서 '재창당'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에 반대해 온 친박(박근혜)계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의견대립을 보여 왔다.
재창당 주장이 받아 들여지지 않자 쇄신파인 정태근 김성식 의원은 당내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13일 탈당했다.
남경필 의원 등 다른 쇄신파 의원들도 줄탈당을 시사하며 배수진을 친 상태다.
박 전 대표는 회동 모두발언에서 당내 일각의 불통 논란에 대해 "의원총회 기간 중에는 의견교환이 활발하고 격론이 벌어지는데, 내가 전화를 받고 의원들을 만나고 하면 (방향을) 제시하는 것처럼 오해받을 수가 있어서 의총 기간 동안 (입장표명을) 자제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쇄신파가 비대위 등 당의 앞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의총이 있기 전에 (의원들과) 연락해 만나고 전화통화도 했고, 앞으로도 다 만날 것이니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또 불법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 선장의 우리 해경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선 "우리의 주권이 훼손된 일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불법조업에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빈소를 방문하느라 검은색의 옷을 입고 나타난 박 전 대표는 회동을 시작하기 전 쇄신파 의원들과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는 등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전 대표는 "감기가 들어서 목소리가 변해 이상할 거에요"라고 말한 후 "어떤 기준으로 (쇄신파가) 선발됐느냐"고 물었다.
구상찬 의원은 "잘생긴 순서대로…"라고 답했다. 이에 남경필 의원도 "구상찬 의원이 잘생긴 사람들만 모았다"고 농담으로 응수했다.
황영철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13일 밤 황우여 원내대표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김성식 정태근 의원의 탈당 상황 등을 들은 후 쇄신파와의 회동을 요청받고 이를 수용했다.
박 전 대표는 통화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되기 전 (쇄신파 의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거나 언론을 통해 단락단락 이야기를 꺼내면 전체적인 쇄신 방향과 어긋날 수 있다"며 "비대위원장이 되면 잘 정리해 그런 부분을 밝히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가 공식 정치 일정에 나선 것은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모씨가 10·26 재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한 것으로 지목된 지난 2일 이후 처음이다.
박 전 대표는 자택에서 '구당(求黨) 구상'을 하며 칩거했지만, 홍준표 대표 재신임 논란, 비대위원장 결단, 재창당 문제 등 입장 표명이 필요한 상황마다 측근 의원들을 통해 자신의 뜻을 밝혀 왔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