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일 간에 걸친 장고(長考)를 끝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마침내 모습을 나타냈다.
13일 '재창당'을 주장하며 정태근 김성식 의원이 탈당함에 따라 가시화된 보수 분열 사태를 수습하고,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사태 등으로 붕괴지경에 처한 당을 회생시키기 위해서다.
서울 삼성동 자택에 머무르며 외부활동을 최대한 자제해 온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3시께 자가용편으로 자택을 빠져 나왔다.
그는 박태준 전 국무총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세브란스병원을 찾아 조의를 표하고 오후 5시20분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쇄신파 의원들과의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박 전 대표는 황우여 원내대표의 중재로 이뤄진 이날 회동에서 남경필 권영진 주광덕 김세연 황영철 의원 등을 만나 당 쇄신을 위한 의견을 전달받고,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힐 것으로 전망이다.
이미 탈당한 김성식 정태근 의원은 박 전 대표 측으로부터 회동에 나와줄 것을 요청받았지만, "만날 의사가 없다"며 참석을 거부했다.
박 전 대표와 쇄신파는 이날 회동에서 '재창당'문제에 대한 담판을 벌이고, 당내 일각의 '불통'(不通)비판에 대해 해명할 것으로 보인다.
황영철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13일 밤 황우여 원내대표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김성식 정태근 의원의 탈당 상황 등을 들은 후 쇄신파와의 회동을 요청받고 이를 수용했다.
박 전 대표는 통화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되기 전에 (쇄신파 의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거나 언론을 통해 단락단락 이야기를 꺼내면 전체적인 쇄신 방향과 어긋날 수 있다"며 "비대위원장이 되면 잘 정리해 그런 부분을 밝히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최구식 의원의 9급비서 공모씨가 투표율을 떨어트리기 위해 10·26 재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디도스 공격한 것으로 지목된 지난 2일 이후 어떤 공식석상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택에서 구당(求黨) 구상을 하며 칩거했지만 홍준표 대표 재신임 논란, 비대위원장 결단, 재창당 문제 등 입장 표명이 필요한 상황마다 측근 의원들을 통해 자신의 뜻을 밝혀왔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