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시 동홍동주민센터는 서귀포시 동 지역에서 가장 많은 주민들이 방문한다. 공무원이 되기 전 주민센터를 방문할 때마다 직원들의 태도를 유심히 보곤 했다. 어떤 직원들은 늘 상냥한 미소를 띠었고, 어떤 직원들은 기계적인 업무처리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마음 속으로 공무원의 친절도를 평가하던 내가 매일 주민들을 만나는 업무를 하게 돼 슬며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새내기 공무원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을 때 교육과정 가운데 친절교육이 있었다. 친절교육 강사의 강의 가운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그대를 위한 앵무새가 돼라”는 것이었다. “앵무새가 되라고? 무슨 뜻이지?”하고 생각했다. 강사의 그 다음 설명이 그 의문을 풀어줬다. 한 단어를 지껄이기 위해서 사람에게서 수백, 수천번 반복해서 단어를 듣는 앵무새처럼, 친절을 몸에 배도록 습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전화로 쓰레기문제나 주차문제 등으로 불편을 호소하면, 같이 공감하면서 문제 해결 노력을 기울이는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는 의미다.
‘공감’은 기계적인 친절이 아니다. 친절교육을 받으면서 ‘친절’의 의미를 가볍게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친절한 음성만으로는 안된다는 걸 느꼈다. 그런 기계적인 친절보다는 주민들 편에서 주민들의 입장을 공감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가끔 험난한 시대를 살아온 할머니들을 만나면, 자기가 살아온 인생을 얘기하면서 하소연하거나 자기 넋두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풀어달라는 게 아니라 들어달라는 것이다. 같이 듣고 공감해주면 된다. ‘살암시민 살아진다’(살다보면 살 수 있다)는 할머니들의 말이 내게는 “듣다 보면 공감되고, 같이 갈 수 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친절은 공감에서 시작된다.
지금의 사회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사회다. 서귀포시만 하더라도 과거에는 이웃의 기쁨과 슬픔을 같이 나누던 지역사회였지만, 이제는 다른 도시처럼 소통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주민들과 가장 많이 만나고, 가장 가까이 있는 공직자로서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배워야겠다. 나 혼자만이 자족하는 친절이 아니라 주민과 공직자들이 서로 느끼는 친절에 익숙해져야 한다. 부지런히 서로 공감하고, 몸에 베이도록 친절연습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