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태울 것인데 왜 한곳에 모아 태워야만 될까?”

제주시가 쓰레기 처리를 최우선 현안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간부공무원 워크숍을 통해 고경실 시장이 특강을 하고, 참석 공무원들이 토론을 했다고 한다. 도심지와 주거환경을 깨끗이 유지하는 것이 관광으로 살아가는 제주도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쓰레기 처리 문제가 어제 오늘 대두된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과거 역대 도정과 시정 책임자들 모두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처해왔지만 여태껏 완전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날 워크숍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클린하우스 광역화와 재활용품 수집 지원 장려금 인상, 요일별 지정시간별 배출, 문전수거방식 병행, 쓰레기 배출요령 교육 강화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이들 제안된 모든 사항이 쓰레기 처리에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고 실천에 옮겨볼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일들은 단기 처방에 불과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 쓰레기 문제를 도나 시 차원의 좁은 공간적 범위에서만 해결하려 한다면 당장 한계에 이를 것이 분명하다.
본란을 통해 쓰레기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방안에 대하여 몇 가지 방향에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가 쓰레기를 덜 발생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시 가정과 기업에서 쓰레기 양을 덜 발생시키도록 해야 한다. 기업이 마케팅 차원에서 지나친 포장용지를 사용한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다면 쓰레기 처리비용을 제품가격에 포함시키고 판매량에 따라 환경 부담금을 받아내는 것이다. 가정은 값이 비싸진 제품 소비를 꺼리고, 기업도 덜 팔리는 제품은 만들지 않으려 할 것이므로 쓰레기 발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는 가정에서도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는 생활문화를 정착시켜야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가정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생활문화운동을 찾아 실천하여야 한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선 음식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안될 일이다. 한끼 식사를 하는데 반찬 가지 수가 지나칠 만큼 많은 것도 사실이다. 국물 위주로 돼 있는 식단, 특히 찌개문화도 연구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식생활 문화 개선’을 위한 요식업 및 주부 단체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될 일도 아니다. 음식점과 가정, 어디서부터 먼저 어떻게 시작하는게 좋을지가 문제다.
도내 음식물처리능력은 제주시가 일 110톤인데 발생량은 일 150톤이다. 서귀포시는 일 46톤 처리능력에 60톤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설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음식문화를 바꿔 발생량을 줄이는 게 훨씬 장기 대책일 것이다. 우리 보다 덜 먹으면서도 건강하고 부유하게 사는 나라의 음식문화를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접목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셋째, 쉽게 소각할 수 있는 쓰레기는 마을이나 읍면동 단위에서 자체 소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와 시설을 갖추었으면 한다. 그러면 쓰레기 수거량과 운송량이 줄어들고 처리시설도 여유로워진다. 어차피 태울 것인데 왜 한곳에 모아 태워야만 될까?
넷째는 국민교육을 통한 가정과 사회에서의 쓰레기 처리방법에 대하여 시민의식을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학교 교실과 교사주변, 운동장 청소와 풀베기를 학생들이 직접 했었다. 요즘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하학길 학생들이 아무렇지 않게 과자봉지를 떨어뜨리고 가는 모습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이게 의식의 문제가 아니고 무엇인가?
제주시는 ‘범시민 쓰레기 줄이기 100인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쓰레기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좋은 해결방법을 찾아내 제주도의 관문도시인 제주시가 깨끗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