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중진 의원이자 국회부의장을 지낸 이상득(경북 포항남구 울릉군) 의원이 11일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의 쇄신과 화합에 작은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며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최근 보좌관 박모씨가 이국철 SLS 회장 등으로부터 7억원을 받은 혐의로 10일 구속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의원은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제 보좌관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고, 할 말을 잃었다.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심정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보좌관을 잘못 관리한 도의적 책임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사과했다.
검찰은 11일 이국철 회장 등이 보좌관 박모씨를 최종 로비 대상자로 생각하고 돈을 건넨 것이 아닐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또 이 회장은 "이상득 의원을 보고 박모씨에게 돈을 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이 박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박씨가 이명박 대통령의 사촌 처남이 연루된 제일저축은행 퇴출 저지 로비에도 관여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SLS그룹의 구명로비의 목적지가 보좌관인 박모씨가 아니라 이상득의원이라는 것은 불문가지의 일"이라며 "검찰은 이상득 의원을 소환해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와 측근의 부패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이상득 의원을 비롯한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의 '권력형 부패'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가 이뤄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수사는 이 의원을 겨냥하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이 의원의 수사를 촉구하자 '형님 예산' 논란, 자원 외교 비리 의혹 등을 뚫고 온 이 의원도 압박을 견뎌내지 못했다.
이 의원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보좌관 박모씨가 구속된 것에 대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옛말의 '천망회회 소의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의 심정"이라고 표현했다.
이 의원은 하늘의 그물은 크고 넓어 엉성해 보이지만, 결코 그 그물을 빠져나가지는 못한다고 자신의 심정을 밝힌 것이다.
이 의원이 측근 비리에 연루됐다는 사실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고(故) 노무현 대통령도 임기말 둘째형 노건평씨의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돼 대통령까지 검찰 수사를 받은 바 있어 닮은꼴 행보를 보인 이 의원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