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신제주새마을금고는 본토박이와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여든 다른 지방사람을 통합시킨 것이다. 사람은 단순히 집합하면 제대로 모이지 않고 뭉치지도 않는다. 돈에 관계되어 모이면 뭉쳐지지만 자칫 이해에 불균형이 있다고 생각하면 분열과 투쟁이 벌어져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야기한다. 그러나 돈에 관계되고 정직하고 평등하면 뭉치는 힘은 배가 되고 매우 평화롭고 활기찬 모습을 드러낸다.
예금에 대하여 안심하게 믿음을 주고, 대출할 때 차별없이 서류접수 순위대로 신속히 해드리고, 금고로 들어올 때 나갈 때 금고의 주인임을 확인시키는 친절과 겸손을 보이니 발없는 말이 천리간다고 신제주금고가 잘한다는 소식이 퍼지며 회원이 되고자 자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나는 또 신제주초등학교, 중앙중학교 학생저축도 우리 금고에 하도록 하였다. 처음에는 선생님들이 꺼려하였다. 우체국에 저축하면 이자가 높고 다른 금융기관에 저축하면 선생님께 혜택이 있다는 말을 한다는 것이었다. 당장 학교로 찾아 뵙고 교육적으로 접근해갔다. 신용도는 부실책임보험인 안전기금에 가입한 증서를 제시하고, 타금융기관에 예금하면 1% 이자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신제주새마을금고에 예금하면 이익금 전액을 이 학교 교육에 투자하여 전 학생에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민주와 평등과 공익에 기여하여 모든 학생에게 공익정신을 함양하게 하고, 저축된 돈은 전액 신제주 주민에게 융자해준다.
가령 한 학급의 부유한 학생 저축이 그 학급의 불우한 학생의 부모에게 대출해준다면 그 학생의 가정이 경제적 안정과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을 하기 때문에, 1%의 이자를 희생하여 동무의 불행을 돕는 인간성과 사회성을 길러주는 참다운 교육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깨우쳐, 교실에서 어린이에게 자신있게 저축을 권하고, 아이들 부모에게도 떳떳이 말할 수 있게 하였다.
더 이상 다른 금융기관에 저축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나오지 않았다. 이 어린이들이 저축한 금액에서 발생하는 이익금에 더한 금액을 운동회, 학예회 또 학교가 필요한 교육자재 구입에 지원하여 학교 교육을 도왔다. 이익금이 생기면 불우한 이웃, 노인회, 급한 환자들에게 지원하여 금고가 무엇을 하는 것인가를 인식토록 하고, 고마움을 갖게 하였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여러 지역 각계 각층의 사람이 금고회원이 되어 자연스럽게 드나들며, 평생에 있을 수 없는 금고의 주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되니 만나는 사람마다 친근감이 솟아나서 지역화합이 되어갔다.
이런 사업을 하여 새마을금고법의 목적을 달성하려니 예산을 매우 긴축해서 편성하였다. 매일 출근하여 점포며 개인이며 기관까지 만나러 다니는 이사장을 비상근으로 하여 봉급을 없애고, 활동비도 인상폭을 매우 적게 하였다.
우리 예산 편성이 제주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모범이 되어 다른 금고가 세운 예산계획과 자주 비교되어 시정을 요구받았다고 한다. 예산이 편성되면 도지부에 보고되고, 과다 또는 불합리하면 시정을 요구받기 때문에 그렇다. 이것 때문에 다른 금고 이사장에게 미움을 산 것도 부인못한다.
우리 금고는 제주도내 전 금고의 예산편성에 영향을 주었다. 금고 성장이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외형이 가장 큰 금고가 15억, 그렇지 않은 금고는 6~7억원에서 맴돌던 것이 신제주금고가 파산상태를 극복하고 성장기에서 들어서면서 10억, 20억원으로 자산이 신장되자 타금고 이사장들이 모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금고는 7~8억원 자산일 때 가장 관리하기 좋고 편안하다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나는 “돈이 필요하다는 사람이 줄을 서는데 그 사람의 어려움을 해소하려면 자산이 클수록 좋겠는데요. 위험은 관리자의 능력과 열성 또 정직한 정성에 의하여 방지됩니다” 이렇게 말하면 대답이 없었다.
사실 금고란 원래 신용을 먹고 자라는 소중한 유기체와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