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풍전등화' 與의원들, 의총서 격론…洪 대표 퇴장

한나라당 유승민·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 3명이 잇달아 사퇴하면서 여권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당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후 2시 의원총회를 열어 홍준표 대표의 퇴진 여부 등을 놓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한나라당 의총에서는 시작 전 부터 공개여부를 둘러싸고 기싸움이 벌어졌다. 홍 대표는 비공개 의총을 추진하려 했으나, 원희룡 최고위원 등이 공개의총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 앞서 "홍 대표가 여러가지 생각을 정리해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를 했으니 당이 출발점에 선 것"이라며 "의총에서 의원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겠다"고 밝혔다.
◇洪 대표, "소수가 흔드는 건 옳지 않아" 퇴장
사회를 맡은 황영철 의원이 공개석상에서 비공개로 의총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원 최고위원은 "공개 의총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아까 할 얘기 다 했잖아"라고 역정을 냈다.
친박(박근혜)계인 이종혁 의원 역시 "공개적으로 할 말이 있는 사람은 공개적으로 하고, 당이 비공개로 한다고 하면 원칙을 따라야 한다"며 홍 대표 편에 섰다.
황영철 의원은 "원 최고위원이 공개회의를 요청했지만 비공개 의총이 원칙"이라며 원 최고위원의 양해를 구했고, 원 최고위원은 "당내 최대의 위기상황이 발생했는데 공개적으로 논의를 못할 이유가 뭐냐"며 재차 공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의총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홍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소수의 의원들이 당 대표를 흔드는 것은 옳지 않다"며 "끝장 토론을 하라. 다수 의원들의 뜻에 따라 거취를 정하겠다"고 말한 뒤 의총장을 떠나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친박계인 홍사덕 의원이 홍 대표의 집무실로 들어가 "박 전 대표의 의중을 아느냐"고 질문하자 홍 대표는 "쓸 데 없는 소리마라. 내가 왜 박 전 대표 의중이나 파악하고 다니냐"며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희룡 등 소장파, 洪 대표 퇴진 요구
원 최고위원은 홍 대표가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을 비롯한 최고위원들의 사표를 반려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기자들을 만나 "사태파악을 못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사표 반려라니 착각도 유분수"라며 "최고위원은 선출된 것이지 당 대표가 임명한 직책이 아니다. 당 대표가 사표를 반려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후진적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총에서 홍 대표의 사퇴를 요구할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내가 안 해도 의사표현을 할 사람들이 많다"고 답변했다.
그는 홍 대표가 사퇴를 거부한 것에 대해 "두 세 발자국도 못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두언 의원 역시 홍 대표가 사퇴를 거부한 것에 대해 "한 달 뒤에 우리 당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정 의원은 그러나 "사실상 끝난 것 아니냐"며 "더이상 국민들에게 논란을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형환 의원은 "예산국회 까지 있겠다는 것은 책임감있는 행동이지만 지도부가 다 사퇴한 후 혼자 남아 당 쇄신을 이끌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회의감을 나타냈다.
정진섭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대설은 한나라당에 내렸다"며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친박계, "洪 무조건 사퇴는 안 돼…당 단합해야"
한나라당 친박(박근혜)계는 이날 홍준표 대표가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당내 일각의 주장을 일축하고, 사실상 홍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친박계 중진인 이경재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중 복도에서 기자들을 만나 "지금이 끝인 것처럼 생각돼도 항상 역사는 새롭게 변화한다"며 "너무 조급하게 이야기하지 말자"고 말했다.
이 의원은 "(홍 대표가) 애들 장난처럼 무조건 사퇴하면 안 된다"며 "비대위를 구성해 계파를 섞으면 무슨 권위가 있겠느냐. 한나라당이 완전 공중분해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일 급한 것이 내년 정부 예산안의 국회 처리"라며 "예산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보완대책이 중요한데, 국민의 이익 앞에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수도권 재선인 이성헌 의원 역시 "구체적인 안을 갖고 이야기해야지…"라며 "새 체계나 임시기구는 안 된다. 단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가 유승민 최고위원과 사전에 사퇴를 논의했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서병수 의원도 "(박 전 대표와 유 최고위원간에) 거취 이야기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있었다고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정현 구상찬 의원은 의총이 한창 진행중이던 오후 3시30분께 복도를 뛰어서 의총장으로 들어가 회의장 내부의 심각한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박근혜 '조기 등판론' '맞다' vs '아니다' 분분
이날 의총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의 '조기 등판론'에 대한 의원들의 입장표명도 이어졌다.
김성태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박근혜 대표가 이렇든 저렇든 당 전면에 나서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상현 의원은 "(박근혜 등판론은) 빠른 느낌"이라고 반대했다.
김태호 의원은 3명의 최고위원직 사퇴에 대해 "새로운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바람이 표출된 것"이라며 "당이 환골탈퇴하는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은 박근혜 '조기 등판론'에 대해 "박 전 대표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라며 "오늘은 의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고 말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