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농업의 위기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가뜩이나 어려운 농촌에 도박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남 순천경찰서는 5일 수천만원대 판돈을 걸고 화투와 윷놀이 등 도박판을 꾸려온 서모(48)씨 등 25명을 상습도박 혐의로 붙잡아 조사중이다.
이들은 지난 3일 순천시 모 가든을 빌려 한 판당 100~200만원을 걸고 윷놀이와 화투를 이용한 도박을 벌인 혐의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농촌의 한적한 식당을 도박 장소로 주로 이용했으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수시로 장소를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 중에는 축산업과 일반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포함됐으며 도박에 빠져 대부분 도박 전과가 1~2개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민들이 도박에 빠져들면서 집문서를 날리는 등 가정이 풍비박산되는 경우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전남 장흥경찰서는 농촌 지역 비닐하우스와 팬션 등에서 상습적으로 혼성도박을 벌여 온 남자 12명과 여자 24명의 혼성도박단을 검거했다.
이들 중에는 땅문서와 집문서를 담보로 잡혀 결국 패가망신한 뒤 야반도주한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에는 전남 화순 등 한적한 농촌의 폐 창고에서 상습적으로 도박을 벌인 혼성도박단 45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가정 주부까지 포함된 도박단은 무전기를 사용해 연락을 주고받으며 경찰 단속을 피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처럼 농한기에 별다른 일거리를 찾지 못한 농민들이 '독버섯' 같은 도박에 빠지고 있어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농촌 일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미 FTA 비준안 가결로 농업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국의 농민회는 시위 강도를 높여가며 농업 경쟁력 향상 대책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농민들의 경우 일거리가 없는 농한기에 쉽게 도박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며 "도박에 한 번 빠지면 쉽게 헤어날 수 없는 만큼 애초부터 도박에는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 나주에서 벼 농사를 하고 있는 김모(47)씨는 "도박에 빠진 농민에게 일차적인 문제가 있지만 농사를 지어도 손해만 보는 농업정책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한미 FTA 발효로 농민이 쓰러지면 결국 국가도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