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영)근이 형兄
초인 현달환
미소가 햇살보다 더 아름다운
O근이 형兄,
삼일 전엔 잠바 외상값 갚고
이틀 전엔 삼춘한테 외상값 갚고
하루 전엔 친구들한테 술 사주더니
그날은 혼자 술 먹고 가다
저기, 저기, 저기
갔다네.
미소가 햇살아래 더 슬픈
O근이 형兄,
거기, 거기, 거기
먼 길을
혼자 갔다네.
오! O근이 형兄은
겁 없는 심돌인力乭人
*영근이 형 : 필자의 동네 형님

시흥(始興), 문자 그대로 '비로소 흥성하는 마을'. 옛 이름은 심돌개에서 온 심돌 혹은 심똘이다. 한자를 차용하여 역석포(力石浦), 역돌포(力乭浦) 등으로 표기하여 오다가 1905년부터 시흥리로 바뀌었다.
마을 주민들이 대대로 단결력이 좋고 마을공동체의 위력이 막강한 것은 '심돌(力乭)정신'이라고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어려움과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삶의 정신은 어떠한 마을 규약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주민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는 많이 있지만 그 중에 송창식이라는 가수를 좋아한다. 그는 노래도 잘하고 참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노래를 즐겼다. 송창식의 수많은 노래들 중에는 명곡들이 많지만 그 중에 ‘고래사냥’ 하면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만큼 명곡이다. 젊을 때 한번 안 불러본 이가 없을 정도로 명곡이다.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하는 가사를 외치면 세상에서 우뚝 선 느낌이 들고 존재감이 들어 못할 것이 없을 정도로 기가 충전되어 있다. 그런 노래를 맘껏 부르는 송창식이라는 가수를 보면 진정 자유인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진다. 그래서 더욱 송창식, 그를 좋아하게 되고 웃으면 눈이 안보일정도로 순진한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O(영)근이 형은 그야말로 송창식이다. O(영)근이 형은 웃는 것도 송창식이다. O(영)근이 형은 얼굴도 송창식이다. O(영)근이 형은 마음씨도 성격도 송창식의 닮은꼴이다. 이 세상에 남은 빚을 다 청산하고 하고픈 말도 많았을 것인데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난 것이다. 부드러운 그는 세상에서 보내온 천사이다. O(영)근이 형은 송창식이처럼 자유인이다. 그처럼 멋진 사람을 본적이 없다.
만약에 형이 지금 내 곁에 있다면 술 한 잔 하러 손잡고 갔을 것이다. 그리고는 바다에서 건져 올린 고기와 맞바꾼 지폐를 지갑에서 꺼내어 차비까지 내주며 조심하게 들어가라고 친절까지 베풀었을 것이다. 세상을 잊어버리고 오직 오늘만을 위해 살아간 O(영)근이 형은 이제 아무것도 없다. O이다. 빈손이다. 이 세상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의 몸뚱이마저 재가 되어 바다의 어느 심해에서 분해되어 사라지고 오직, 그의 미소만이 여기 심돌에 남아 있을 뿐이다. 그야말로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간 영근이 형이 아름답기만 하다. 그래서 나의 우상, O(영)근이 형이 저 시퍼런 바다에 파도치면 더 보고프고 그립다. 심돌 정신, 심돌은 그래서 영근이 형처럼 강하고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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