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입학
선생님,
담배, 하나주세요.
담배, 맛이 그렇게 좋아요?
담배, 입에 문 모습이 환상적이네요.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닙니다.
선생님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이 아닌 것처럼
어느 순간 하얀 속살로
내 머릿속에 빙빙거리고
내 마음을 사로잡아.
깊게 들이마신
뽀얀 연기에
최면 걸린 사람마냥 희죽이고
쥐도 새도 볼까
사방팔방 두리번대고
폐 속 깊이 다다란 첫 모금의 온기가 희미해질 즈음
내가 디딘 세상이 좁다 느껴집니다.
선생님
담배 하나주세요!
말보로 하나 입에 물고
폼 나게 걷고 싶어요.
(‘문장21’ 2012 가을호 수록)

그런데 성년의 날을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기록에는 73년에 시행되어 유명무실해지자 문화관광부에서 199년 전통의 예법을 변형해서 전통관례복장을 입고, 어른들의 축사를 듣고, 술을 마시고, 성인이 된 것을 선언하는 선언문을 낭독하는 것 등으로 구성했다. 그러나 이 또한 별 호응이 없다.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은 누구도 강제하지 않았지만 우리들의 삶속에 자리 잡고 있다. 성년은 대학교 1학년이나 2학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자들은 이럴 때 제일 하고 싶은 게 담배가 아닌가 싶다. 담배를 피우게 되면서 정말 폼 잡고 싶은 마음이 있다.
우리의 청춘은 그렇게 어른이 되어감에 누구의 간섭과 지도 없이 지나가고 있다. 슬픈 일이다.
성년의 됨을 축하해주고 정말 뜻있는 날을 만들어주는 것이 인생의 참의가 있으리라……. 이 시대의 진짜 멋진 스승은 이 땅의 젊은 청춘에게 무슨 day(데이), day(데이)하면서 달콤한 초콜릿을 주는 것보다는 쓰디쓴 담배연기와 소주 한잔으로 인생을 체험하면서 세상이 만만치 않음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인생은 담배연기처럼 콜록거리기도 하고 소주 마시고 비틀거리기도 한다는 걸 체험한다면 인생을 보는 생각이나 시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살면서 그런 멋진 선생을 보지 못했다. 나의 인생의 참된 스승은 담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언뜻 스쳐지나간다.
며칠 전, 중학교 은사님이랑 소주 한잔 하는데 참 멋진 분이었다. 새벽 3시에 글을 쓰고 있다는 말에 내 자신이 깜짝 놀랐다. 저것이 살아 있음이구나 하는 생각에 술이 확 깨었다. 삼라만상이 다 주무시는 시각에 혼자 일어나서 책상에 앉아 주문하듯 글을 쓰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가슴이 뜨거웠다.
지금은 청년이라는 시기가 나이가 60까지 올라가고 있는 이 때에 아직도 청년인 나는 부족하기만 느껴져서 반성을 해본다.
사람은 누군가를 만나면서 성장하는 것을 느꼈다. 나도 은사님처럼 밤 새벽에 깨어나서 깨끗한 공기의 입김으로 하얀 백지를 뜨겁게 달구리라 다짐해보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