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절하게도 올레길을 걷던 한 관광객이 쓰레기 무단투기 신고를 해준 덕분에 쇠소깍에서 보목 포구로 이어지는 올레 6코스의 시작 부분에 위치한, 아름답고 신비롭게 바라만 보던 해안 절벽을 본의 아니게 등반하게 된 것이다.
10 여 미터 절벽 밑을 어렵사리 내려가 보니, 갯바위에는 작년 태풍에 밀려온 것으로 보이는 폐어구 들이 하나 둘 보이고 그 위에는 여러 개의 커다란 검은색 비닐 봉투에 음식물 쓰레기, 화장실 쓰레기, 일반 재활용 쓰레기 등이 분리 되지 않고 마구 담겨져 버려져 있었다.
화가 나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해서 일단 비닐을 뜯고 무단 투기자의 신상을 확보하기 위해 쓰레기 더미를 뒤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낸 증거물에서 이름과 주소를 확인하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굳이 이 쓰레기를 버리기 위하여, 이 먼 곳까지 차를 타고 와서, 이 아름다운 곳에 무단 투기하는 수고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들은 분리수거를 하거나 재활용을 할 수 있는 쓰레기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오름, 중산간, 하천 및 해안가에 무단투기 후 오랜 기간 방치되면 발견에 어려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수거·처리에 많은 인력과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라는 안도현 시인의 시 구절처럼, 일견 가치 없어 보이는 쓰레기 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목마름을 달래준 음료수 병이었으며, 또 누군가의 어둔 길을 밝히던 랜턴의 배터리였을 것이다. 그리고 남겨진 쓰레기는 재활용을 통해 누군가에게 또 다른 가치를 지닌 자원이 되는 반면, 무단 투기하는 사람은 검은 비닐 봉투에 담아 버린 쓰레기처럼 이미 검게 물들어 버린 자신의 양심을 더 이상 재활용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강철처럼 강인한 연둣빛 새 이파리와 생명의 꽃잎이 피어나는 5월의 아름다운 올레를 걸으며, 나 아닌 그 누가 오더라도 마음 놓고 걸어갈 길을 올레를 걷는 사람 스스로 만들어 나가 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