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오후 국회를 방문, 박희태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등을 만난 자리에서 "초당적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애국심을 발휘해 (한미 FTA 국회 비준안 처리를 해)달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협조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국회 제1접견실에서 박희태 국회의장,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민주당 손학규 대표 등과 회동을 갖고 "이 (FTA) 문제야말로 초당적으로 해야 하는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모든 나라가 경쟁하고 있는 속에서 행여 (우리나라가) 뒤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양당 대표, 원내대표, 국회의장 입회하에 (비준을) 부탁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지금 세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한민국이 이를 헤쳐가려면 우리 국민, 정치,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또 "FTA가 비준되면 내년에 개방이 되고 내후년에 새 정권이 탄생하면서 FTA의 효력이 발생할 것"이라며 "나는 길을 닦는 심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야 원내대표간에 많은 이야기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그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그런데 무엇이 문제인지, 문제가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지를 양당 대표에게 보여주려고 왔다"고 밝혔다.
또 경쟁국인 일본을 언급하면서 비준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주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참석 당시의 분위기를 들어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는 일 때문에 (회의의) 전체 주제가 그 쪽으로 갔다"며 "일본은 한국이 상당히 앞서는 것으로, 추월한다고 과장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애국심을 갖고 (처리를) 해줬으면 좋겠다"며 "나는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말에 홍 대표는 "FTA, 잘 처리됐으면 좋겠다. 고맙다"고 짤막하게 답례했다.
그러나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작심한 듯 이내 긴 발언을 이어갔다. 손 대표는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께서 온다고 하면 잔치가 돼야 하는데, 오늘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며 "언론에서 제기하는 게, 대통령께서 국회를 방문하는 것이 야당에 대한 압박, FTA를 일방 처리하기 위한 수순밟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대통령의 방문에 대해 "사실 저희가 이 자리에 안 나올 수도 없다. 야당 대표가 안 나와도 대통령이 기다리겠다고 했는데…"라며 "그러면 국민들이 보고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웃으면서 "나는 그런 얘기 한 적 없는데…"라고 답하기도 했다.
손 대표는 이어 '10+2 재재협상안' 및 투자자 국가소송제(ISD)의 문제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지적했다. 그는 "국민과 저희의 입장은 변함이 없고 양국 간 이익의 균형이 깨져선 안되고, 그것이 우리가 제시한 10+2 재재협상안"이라며 "최소한 ISD는 (재협상을) 해야 한다. 그것은 경제주권에 관한 것"이라고 요구했다.
박 의장은 이 대통령에게 "요즘 국회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산안도 순조롭게 심의하고 있다"며 "단지 한·미 FTA 하나 있는 저희들이 속시원히 국민한테 합의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대통령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좀 더 마음 터놓고 얘기하면 달라지지 않겠나. 길이 있지 않겠느냐"며 "가을이지만 봄 같은 따뜻한 온기 속에서 꽃이 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날 방문 접견에는 이 대통령 및 박 의장과 양당 대표 외에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황영철 대변인,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홍영표 대변인, 권오을 국회사무총장,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 최금락 홍보수석 등이 배석했다./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