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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비석에 비문이 없다
[기고]비석에 비문이 없다
  • 영주일보
  • 승인 2016.03.2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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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숙 제주시 우당도서관

▲ 김성숙 제주시 우당도서관
창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어린이공원에는 하얀 목련꽃이 흐드러지게 만개해 있다. 탐스러운 하얀 꽃망울을 누가 볼 새라 소리 없이 터뜨리려 꽃봉오리가 묵묵히 북녘만 바라보았나 보다. 목련 꽃은 누가 하얗다고 일컫지 않아도 제 스스로 하얀 줄을 알고 맨살을 다 드러낸 나뭇가지에 고즈넉이 머물고 있다. 하얀 꽃을 보고 있자니 문득 백비가 떠올라 몇 자 적어본다.

‘백비’ 말 그대로 비석에 비문이 없다. 조선시대 청백리 박수량이 돌아가시자 명종은 “박수량의 청백을 알면서 빗돌에다 새삼스럽게 그가 청백했던 생활상을 쓴다는 것은 오히려 그의 청렴을 잘못 아는 결과가 될지 모르니 비문 없이 그대로 세우라”하였다 한다. 그래서 지금도 전남 장성군 황룡면 금호리에 비석에 아무런 글씨가 쓰이지 않은 ‘백비’가 있다. 명종 때 한성판윤, 호조판서까지 지낸 박수량은 40여년의 관리생활 중 집 한 칸을 마련하지 않았을 정도로 청렴한 생활을 하였다 한다. 장성군은 이를 테마로 한 청렴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백비를 찾은 기관이나 단체는 주차장 옆 한 켠 건물벽에 청렴교육 이수 흔적을 새겨 놓고 있다.

요즘은 새해 벽두부터 빠지지 않고 날아오는 청렴메세지 탓인지 머릿속은 청렴이라는 화두로 어지럽힌다. 청렴... 청백리, 염근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청렴실천은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누구나 행하기가 어려운 과제임에는 분명하다. 논어에‘君君臣臣子子(군군신신자자.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라고 사회구성원들이 모두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 본분을 충실히 이행할 때 나라가 태평하게 된다고 하였다. 하면 공무원의 본분은 무엇인가? 어느 한쪽에 치우침이 없이 공평무사한 중도정신을 늘 가슴 한 귀퉁이에 품어 두고 공무를 처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교에서 어느 선사가 ‘도’는 ‘평상심’이라 했듯이 청렴이 우리 일상 생활자체가 되도록 마음을 불러 일으켜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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