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십시오, 주님!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 것을 횡령하였다면 네 곱절로 갚겠습니다.”
로마제국의 식민지였던 유대에서는 세금을 어떤 방식으로 납부했던가. 황제께 바칠 세금에 대해서 입찰을 통해 예상 세입을 선불로 가장 많이 납부하는 자가 세관장이 된다. 낙찰된 세관장은 부하 세리들을 거느리고 갖은 명목을 붙여 통행세를 만들어, 이미 바친 세금보다 훨씬 더 많이 백성으로부터 거둬들여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 것이다. 그러니 『세리』라는 직업은 로마제국의 앞잡이요, 동족 유대인을 등쳐먹는 악질적인 직업군으로 인식되어, 본인은 물론 세리의 가족들마저도 모두 죄인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그런 죄인 중에 죄인, 세리들의 우두머리인 세관장 자캐오가 회개하여 자신의 재산을 절반 뚝 잘라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고, 정해진 세금보다 더 징수하여 횡령하였다면 네 곱절로 갚겠다고 감히 예수님께 약속한 것이다. 성경은 그 이후 자캐오가 그가 뱉은 말대로 살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확인해 주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믿고 싶다. 한 번 결심한 그 마음 변치 않고 제대로 살았기를, 물론 덜 풍요롭게는 살았겠지만......
나는 공무원 시작하고 20년 가까운 세월을 세무부서에 몸담고 있다. 세무역사의 눈부신 발전상을 내 개인의 경험안에 체득하게 된 것은 행운이다. 수 백 만 건을 빠른 시간 안에 처리하는 놀라운 전산화 작업 환경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변함없는 것은 잊을 만하면 터지는 세무비리 사건이다. 육지의 어느 도시에서 불거진 세무비리 사건으로 전국에서 50개 시군이 한꺼번에 한 달간 감사원 감사를 받았던 게, 내가 공무원 초년병 시절인 1994년의 일이다. 코피가 터질 정도로 호된 감사를 받고 나서, 젊은 시절의 나는 생각했다.
“공무원, 쉽지 않구나. 이건 정글이야. 덫이 잔뜩 깔린 정글 속에 오직 길이라곤 칼날 위 하나밖에 없네. 이리 엎어져도, 저리 넘어져도 어쨌든 덫에 걸리겠구나. 잘 걸어도 칼날에 베이는 게 본전이구만. 중심을 잘 잡는 길 밖에 없겠다.”
전산화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고, 비리개연성을 미리 포착하는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는데도 왜 오늘날까지 비리사건은 완전히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인간의 DNA에 새겨져 있는 욕망의 본질은 여전히 똑같기 때문이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다음부터 잘 하자, 아무도 모를 거야 라고 속삭이는 상황은 누구에게라도 닥칠 수 있다. 나는 결단코! 라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는가. 청렴한가 아닌가, 청렴할 수 있는가 아닌가를 그 누구도 쉽게 말 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손가락질에는 오히려 나머지 세 손가락이 자기 자신을 향하고 있다.
단지 평소에 자신을 미리 훈련시켜 놓을 필요가 있겠다. 감사나 비리사건의 사례들을 읽으며,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내게 이런 상황이 닥치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머릿속에서 미리 그려보고 마인드컨트롤해보면 이게 덫이라는 식별의 안목이 생긴다. 항상 위기의식을 가진 긴장상태를 유지하며 공무원 생활을 해야 겠다. 유혹이란, 친숙하고 낯익은 모습으로 내게 다가올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