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목표는 학구제 변경이었다. 신제주초등학교 바로 근접해서 중앙중학교가 있다. 나와 문대탄씨를 비롯한 학부모회 이사들은 신제주초등학교 졸업생은 근거리에 있는 중앙중학교로 진학시켜 주도록 교육청에 요청하였다. 즉 학구제 변경 요구였다.
그런데 제주시를 한 학구로 하고 중학교 진학을 추첨으로 배정하고 있었다. 이것이 부당함을 교육청에 호소했으나 담당 과장, 국장, 교육감은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았다. 감히 교육에 대하여 지역주민이 토를 다는 것 부터가 월권이요 잘못이라는 반응이었다. 신제주교 교장은 교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므로 학부모회에서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사실 교장이 학구제에 대하여 교육감 앞에 직접 말하는 것은 정말 큰 하극상에 해당되는 사건이 될지 모른다.
우리는 줄기차게 이 문제 해결에 매달렸다. 추첨의 부당성을 역설했다. 교육이 요행을 바라는 추첨에 의존하는 것부터 비교육적이다. 근접한 학교에 가고 싶은데 추첨 잘못한 것이 원죄가 되어 3년을 매일 두 시간 넘게 시간이 낭비되는 먼 곳의 학교를 다니라는 것은 가혹한 형벌이며 인간의 기본권을 말살한 것이다. 어떻게 자기집 옆에 있는 학교를 놔두고 오현중, 일중으로 갈 수 있는가. 반드시 신제주교 졸업생은 신제주 안에 있는 중앙중학교로 진학하도록 조치해주기를 바랐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취학 거부하겠다고 하며 이 문제에 대하여 TV토론을 하자고 제안하였다. 그러나 좋은 반응이 없었다.
또 주장하기를 ① 근거리 학교 가면 시간이 절약되니 공부시간이 충분하여 학력향상되고, 휴식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으니 건강증진에 도움이 된다. ② 어머니들이 새벽에 두 시간 일찍 일어나 먼 거리 학생을 등교시키기 위하여 밥짓는 수고를 덜어서 부모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③ 먼 거리 통학으로 드는 교통비를 줄여 가정경제에 보탬이 된다. ④ 교통지옥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고,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겨도 금방 해결을 하거나 문제학생의 문제를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다. ⑤ 이런 잇점 외에 자기 동네 학교에 자녀를 진학시키면 우리 학교라는 애교심과 초등학교부터 다져진 교육적 관심과 초등학교에 협력해온 경험을 살려 중학교를 열심히 지원한다면 학교 발전에 큰 기여가 된다. 즉 교육발전에 힘이 되니 교육청 자체도 좋은 점이 많다.
그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교육장과 특별면담을 하였다. “신제주교를 졸업한 어린이를 중앙중학교로 진학시키기 위하여 우리 학부모회 회원들이 발이 닳도록 시교육청, 도교육청을 다녀도 조치해줄 생각이 없으니 교육장과 담판하러 왔습니다”했더니 교육장 말씀이 이랬다. “옛날에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십리길도 책보 허리에 매고 맨발로 달려서 다니니 건강도 하고 좋았다”고 하며 학구제 변경은 불가하다였다. 매우 기분이 언짢았다. “어떻게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옛날 일제 식민지 시대에 짚세기 외에 신이 없으니 맨발로 다니고, 지금처럼 학교가 많지 않으니 먼 거리 다니고, 교통수단이 없으니 버스도 못타고 택시도 못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것이 자랑은 못되지만 오늘날도 원거리 통학을 하게 되고 그때처럼 책가방 메고 뛰어가게 하겠습니까?”고 항변했더니 대답이 없다.
나는 다시 말을 계속 했다. “제가요, 등·하교하는 중학생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궁벽한 생활을 서울서 할 때 짐짝처럼 취급하는 버스에서 어린 아이가 얼마나 고통받나 하는 것을 생생히 경험해서 관심이 남달라서 관찰한 것입니다.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중학생은 키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가슴이 어른의 둔부에 닿을 만큼 합니다. 콩나물 시루 같은 버스에서 가슴을 어른의 엉덩이로 앞·뒤·옆에서 눌림을 당하게 됩니다. 교육장님이 시내버스 업자와 사전 결탁이 없으시다면 차마 이 어린이가 당하는 형벌을 묵과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원거리 학교에 보내 버스에서 흉부를 납작하게 눌려 건강을 해치는 것을 해방시켜주기 위해서, 또 근거리 학교에 보내 시내버스에서 시달리는 시간을 운동장에서 뛰놀게 하여 건강한 체력을 길러야 합니다. 지금은 책가방 메고 뛰는 시대가 아님을 알아야 하고 다음 세대를 짊어져야 할 어린이들의 앞날에 자기 인생을 위하여 충분히 능력을 발휘하게 가능한 방법을 동원하여 지원해주는 것이 당면한 교육자의 책무입니다. 안그렇습니까? 그리고 강조하지만 인간의 운명을 무슨 복권처럼 추첨하고 당첨하면 잘한 것이고 당첨되지 않으면 네 운이고 네가 뽑은 것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하는 것은 전연 교육과 동떨어진 발상입니다.” 여기에도 대답이 없다. 답답했다. 그래도 다음날 또 다음날도 교육 개혁 없이 이 나라 장래가 없으니 이를 타개하자는 마음으로 시교육청을 찾아 우리의 주장을 전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