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글을 읽는 순간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어떤 부끄러움과 그 노인의 인생을 살아 온 통찰력에 감탄한 기억이 있다.
생각해 보면 그분 말씀처럼 우리는 단지 듣고 말하는 것에 집착해 오지 않았나 반성해 본다.
그래서 실천없는 말은 공허하다.
몇 년 전부터 공직사회의 청렴이 강조되고 있고 부단한 노력과 다양한 시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잠시 생각해보면 청렴은 옛 어르신들이 말씀처럼 어려운 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 추상적인 것도 아니다.
선비로 존경받는 퇴계 이황 선생의 일화는 우리에게 실천하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한다. 청렴한 그의 성품을 잘 알던 임금은 후한 상금을 주어 노후를 편안히 보낼 수 있도록 하였으나, 훗날 임금이 이황의 집을 방문해보니 과연 그는 조선시대 성리학을 대표하는 대학자로서의 기풍을 느낄 수 있는 당당함과 올곧은 성품대로 여전히 쓰러져가는 초가집 짚신방석위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이와 같이 청렴은 그리 거창할 것 없이 나와 상대방에게 부끄럽지 않은 깨끗하고 검소한 생활과 공직자로서 모든 이를 섬기려는 마음가짐과 태도에서 비롯된다.
일선의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많은 사연을 가진 민원인들을 대하며 섬기려는 마음가짐으로 그것을 실천하려고 할 때 우리가 말하는 청렴이 단지 말의 성찬이 아닌 생활이 될 것이다.
흔히들 너무 깨끗한 물에는 고기가 모여들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깨끗하지 못한 인간사에 대한 핑계와 자기 위안일 뿐이다.
깨끗한 물에는 일급수에만 사는 물고기가 여럿 있을뿐더러 우리 사람들이 마시는 소중한 생명수가 된다.
그러니 청렴을 어려워하지 말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듣고 배우고 있는 지 다시 되돌아 보며, 이른 새벽 하얀 눈밭을 처음 걷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