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의 녹색 사용에 관해 우리는 이미 입장을 밝혔다. 그 당이 녹색을 쓰든 말든, 사상과 정책과 당명과 색상이 일치하는 것은 우리뿐이다. 국민의당이 녹색을 굳히면서 우리의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는 대답한다. “녹색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아무나 띨 수는 없다.”
지금까지 상당수의 당파가 녹색을 거쳐갔다. 그 부류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뉘어진다.
첫째, 평화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을 제외한 민주당 계열의 새정치국민회의, 민주당, 민주통합당 등이다. 둘째, 고 정주영 씨가 지휘한 통일국민당, 김종필 씨가 주도한 자유민주연합 등 보수적 제3당이다. 아마 이들이 녹색을 쓴 이유는 같을 것이다. 파란색을 한나라당 계열이 쓰고 빨간색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녹색당에 비해서는 수동적으로 선택한 색깔일 것이다. 이들이 모두 생태적 한국사회에 역행했거나 별로 기여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셋째, 새누리당(한나라당)이 당 차원에서 쓴 적은 없지만 2006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그 당 소속인 오세훈 후보가 녹색을 쓴 적이 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녹색성장’을 운운했다. 그러나 4대강에서 초유의 파괴를 저지른 그들이 다시 감히 ‘녹색’을 팔지는 못하게 되었다. 국민의당은 첫째, 둘째, 셋째 부류에 조금씩 걸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부류도 빠질 수 없는 이유는 4대강 찬동인사 영입 사건에서 드러났다.
넷째, 녹색을 표방하려 했던 진보정당들이다. 새누리당의 기습으로 비슷한 색을 쓰게 되어버린 노동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녹색에 기댄 바 있다. 당명에서 색깔을 담보한 우리와 달리 노동당은 그대로 적색을 쓰기가 어렵기는 했을 것이다. 정의당도 한때 로고에 녹색을 넣는가 하면 2013년 재보궐선거에서는 녹색 유니폼을 걸친 적이 있다. 그 이후에는 열린우리당이 썼던 노란색을 쓰고 있다.
위의 정당들은 현존하지 않는 정당과 색깔을 고수하기 버겁거나 변경해버린 정당으로 나뉘어진다. 국민의당이 어느 경우에 들어갈지는 지켜보면 알 것이다.
어차피 녹색당은 한국 정치판에서 흔한 소위 이합집산을 통해 탄생한 정당이 아니며, 당명은 여전히 2012년 창당 당시의 것을 쓰고 있다. 누가 무엇을 따라할 수 있다는 말인가.
2016년 2월 2일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