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프로야구 흥행 코드는 ‘지역 순혈주의’
되살아나는 프로야구 흥행 코드는 ‘지역 순혈주의’
  • 나기자
  • 승인 2011.10.20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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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동열 KIA 새 감독
프로야구에 ‘순혈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이 올 시즌 대구 출신의 류중일 감독(48)을 선임한 데 이어 지난 18일 KIA는 광주 출신의 선동열 전 삼성 감독(48)과 이순철 수석코치(50)를 선임했다.

프로야구의 순혈주의는 삼성이 주도했다. 신호탄은 지난해 말 선 감독을 전격 해임시킨 것이다. 선 감독은 계약기간을 4년 남겨놓았지만 사퇴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삼성은 경북고 출신의 류 감독을 선임했다. 더불어 코치진도 모두 지역 출신들로 채웠다. 김성래 코치(경북고)가 코치로 돌아왔고, 장태수 수석코치(대건고), 김태한(대구상고·현 상원고), 김용국(대구상고), 김현욱(경북고) 등 1군 코치를 대부분 삼성 출신으로 구성했다. 그야말로 ‘삼성 일색’이다. 2군 코칭스태프도 고 장효조 감독(대구상고), 성준(경북고), 양일환(대구상고) 등 거의 삼성 출신이다.

삼성의 순혈주의는 지역 라이벌인 KIA에도 자극을 주었다. KIA는 선동열(광주일고), 이순철(광주상고·현 동성고)을 영입한 데 이어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삼성의 정회열 배터리코치(광주일고)도 불러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황병일 수석코치(경북고), 최태원(성남고), 장재중(선린상고) 등 타 지역 출신 코칭스태프는 이미 팀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순혈주의는 프로야구의 상업주의를 강화하려는 구단들의 움직임과 맥이 닿아 있다. 최근 프로야구 인기가 높아지면서 구단 운영이 과거 ‘성적 위주’에서 ‘흥행 위주’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화가 빙그레-한화에서 선수생활을 하지 않은 대전 출신의 한대화 감독을 영입해 팬들의 응집력은 물론 마케팅에서 짭짤한 재미를 본 데서도 드러난다. 한화는 올 시즌 성적이 공동 6위에 머물렀지만 관중은 오히려 46만4871명으로 전년(39만7297명)에 비해 17% 증가했다.

또 두산이 OB에서 12시즌을 뛴 김진욱 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한 것이나 SK가 김성근 감독을 해고하고 이만수 감독대행 체제로 빠르게 움직인 것도 ‘스포테인먼트’라는 마케팅 강화를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김종 교수는 “프랜차이즈 출신의 강화는 마케팅 차원에서 효율적인 방법”이라며 “프로야구의 산업적 차원에서는 바람직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강화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특히 영호남을 대표하는 두 팀의 순혈주의와 이를 둘러싼 팬들의 열광적 지지를 두고 과거 사회적 갈등을 초래했던 배타적 지역주의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전용배 동명대 체육학과 교수는 “홈팬뿐만 아니라 상대팀 팬들도 결집시킨다는 점에서 흥행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고착화될 경우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야구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야구 관계자는 “특히 프랜차이즈 감독들은 자신만의 야구 색깔보다는 팀 전통에 눌릴 가능성이 높다. 자칫 야구가 과거에 갇힐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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