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6곳 중 한 곳만 영업

서울 송파구에 사는 이모(37·여)씨는 지난 주말 진통제를 사려고 한 시간이나 약국을 찾아 헤맸다. 집 근처 약국들은 그날따라 일제히 문을 닫았다. 이씨는 "'오늘 문을 여는 당번약국은 ○○'라는 안내를 보고 찾아갔지만, 거기도 문이 닫혀 있었다"면서 "두세 군데 더 허탕을 치다 겨우 사거리에서 문을 연 약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주말과 공휴일에 문을 여는 약국이 턱없이 부족해 소비자들의 불편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문을 연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열지 않는 약국도 적지 않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4일 "지난달 17일부터 11일간 전국 약국의 공휴일 영업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국 2만1000여개 약국 중 공휴일에 문을 여는 약국은 3600여개로 6개 중 1개(17%)에 불과했다"며 "이는 소비자들의 요구(3개 중 1개꼴)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중 380개 약국을 방문한 결과 대한약사회의 홈페이지에 '문을 연다'고 해놓았지만 실제로는 문을 열지 않은 약국도 12%(44개)나 됐다.
일부 약국은 약값도 제멋대로였다. 경실련은 연고·소화제·진통제·감기약 같은 가정용 상비약을 사보니, 타이레놀 10개들이 한 상자는 1400~3000원으로 최고 2.1배, 후시딘 연고 1개는 2000~4500원으로 최고 2.3배, 소화제 '속청'은 400~1000원으로 최고 2.5배 가격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달 26일부터 4일간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정상비약을 약국 이외 장소에서 판매하는 것에 83.2%가 찬성했다. 현재 가정상비약의 수퍼 판매를 허가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처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