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8시40분 서울 목동 SBS 스튜디오. 461회 로또 추첨 생방송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순조롭게 시작했다. 추첨기기에서 숫자가 적힌 공이 하나씩 차례로 나왔다. 첫번째 뽑혀 나온 31번 공에 이어 11번 공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TV 화면과 손에 쥔 로또를 번갈아 보며 긴장된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문제는 세번째 공이 뽑히는 순간 발생했다. 18번 공이 추첨기기 출구로 내려오지 않고 안에서 멈춰 선 것이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 방청석이 술렁이기 시작했지만, 공정한 추첨을 위해 배치한 참관 경찰관 두 명은 멀뚱멀뚱 서로만 쳐다봤다. 기기 이상이 발생할 경우 마련된 지침에 따라 추첨은 계속됐지만, 워낙 이례적인 사건이어서 진행자도 매끄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추첨을 주관하는 (주)나눔로또는 스튜디오에 예비로 배치해둔 2호 추첨기에 이미 나온 공을 제외한 새로운 공 세트를 투입한 뒤 추첨을 재개했다. 나오다 멈춰버린 18번 공까지는 유효한 것으로 인정했고 2호기에서는 나머지 세 개의 공과 2등 선정을 위한 보너스 공까지 네 개만 추가로 뽑았다.

사고 직후부터 2일 오전까지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로또 중단’ ‘로또 멈춤’ ‘로또 조작’ 등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추첨방송 사회자인 김환 SBS 아나운서는 방송이 끝난 뒤 자신의 트위터에 “아직도 오금이 저린다. 실수는 없었지만 파장이 무섭다. 착하게 살 걸”이라는 글을 올렸다.
사고가 발생한 추첨기는 로또 추첨기 제조 전문업체인 프랑스 에디테크사의 베뉘스 제품이다. 아래에서 강한 바람을 불어넣어 공을 섞이게 한 뒤 추출 통로에 공이 들어서면 입구를 닫는 방식으로 추첨한다.
베뉘스 제품은 2007년 로또 사업자가 나눔로또로 바뀌면서 새롭게 도입됐고, 대당 가격이 1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첨기는 본추첨용과 예비 기기 2대 등 총 3대가 방송 촬영 스튜디오와 보관실에 각각 나뉘어 배치된다. 1에서 45까지 번호가 쓰인 공 세트도 모두 3개가 준비된다.
SBS와 (주)나눔로또는 추첨 생방송 시작 전 추첨기 장애 방지를 위해 방송 담당자와 방청객, 경찰관의 참석하에 추첨기 테스트를 3회 실시해 오작동 여부를 점검한다.
SBS 측은 “방송에 앞서 기계를 사전 점검했음에도 이 같은 오류가 생겼다”며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