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오 경찰청장은 25일 오전 경찰청 간부회의에서 격앙된 어조로 이렇게 지시했다. 조 청장을 화나게 한 것은 ‘강정마을 사태’에서 위축된 모습을 보인 서귀포 경찰의 대처 방식이었다.
서귀포 경찰은 24일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에 반대하는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강 회장 등 주민 5명은 전날 오후 2시쯤 해군기지 공사 현장에서 해군과 시공업체가 공사 장비인 크레인을 조립하려 하자, 크레인에 올라가 작업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 마을 주민과 반대 단체 회원 200여명은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면서 연행차량을 막아섰다. 경찰이 경고방송을 했지만 허사였다. 이렇게 약 7시간이 흘렀다. 경찰이 시위대에 감금당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조 청장이 격노(激怒)한 것은 서귀포경찰서가 대치상황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시위대 측과 협상한 점이라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날 서귀포 경찰은 중재에 나선 천주교 제주교구 고병수 신부 등에게 ▲강 회장에 대한 조사를 24시간 내로 마친 뒤 풀어주고 ▲연행은 경찰차가 아닌 고 신부의 차로 하며 ▲채증자료를 모두 무효화 하겠다고 ‘협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경찰은 이날 오후 10시쯤에야 겨우 경찰서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연행한 주민 5명을 즉각 풀어주겠다는 경찰의 ‘약속’은 공무집행 방해를 심각하게 본 제주지검이 수사지휘를 보류하면서 지켜지지 못했다. 조 청장은 간부회의에서 “서귀포경찰서 앞에 시위대가 들이닥치자, 정문을 닫고 전경이 그 뒤에 서 있는 게 당당한 모습이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조 청장은 인사라인에 이날 중으로 송양화 서귀포경찰서장을 교체할 것을, 감사라인에는 감찰팀을 제주도에 급파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5명으로 구성된 감찰팀은 오전 비행기 등을 타고 제주도도 떠났다. 새 서귀포 경찰서장에는 강호준 제주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이 선임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제주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 자리엔 송 서장이 옮겨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