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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분열 시키고 당심 잃고… 오세훈 정치생명 벼랑에
서울 분열 시키고 당심 잃고… 오세훈 정치생명 벼랑에
  • 나기자
  • 승인 2011.08.24 2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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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50)이 백척간두에 섰다. 야당은 물론 여권 내 비난과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했던 24일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가 투표율(33.3%) 미달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 불출마, 투표율 미달 시 서울시장직 사퇴 등 잇단 승부수를 던졌지만, 반대 여론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6시45분쯤 부인 송현옥씨와 서울 혜화동 자치회관에서 투표를 마친 뒤 “투표율 33.3%에서 단 1%라도 부족하면 개함을 못하게 되고, 바람직한 대한민국의 미래와 복지의 향방을 판단해볼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면서 “중간 지대에 계신 분들이 바로 오늘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투표의 개함 여부를 결정해주시리라고 믿는다”고 투표를 호소했다. 오전에는 서울시청 내 주민투표 투·개표 상황실을 찾아 “애간장이 탄다”고도 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혼자서 걸어 나오고 있다. | 김문석 기자

하지만 오 시장의 기대는 오후 들어 점점 사그라졌다. 오전 9시 투표율은 6.6%로 비교적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오전 11시에 15% 안팎에 그쳤다.

오 시장 측은 오전 10시까지 투표율 20%를 달성하겠다는 ‘1020전략’을 세웠지만, 이날 오후 4시 현재 투표율도 19.6%에 그쳤다. 33.3%를 달성할 확률이 희박해지자, 오 시장 측은 투표 종료 후 예고했던 기자회견을 취소하는 등 실망감을 드러냈다. 서울시 측은 이종현 대변인의 성명서 한 장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오 시장은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처했다. 우선 명분을 잃었다. 정책문제인 무상급식을 정치문제로 이슈화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했다는 책임론이 커질 상황이다.

강남·강북의 투표율 차이는 대한민국에 ‘강남민국’과 ‘강북민국’이 존재하며, ‘잘사는 사람’ ‘서민’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다름을 확인시켰다. 분열된 서울은 향후 시정에도 적잖은 부담과 후유증을 남길 수밖에 없다. 개함도 못한 주민투표를 위해 혈세 182억원이 낭비됐고, 향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르기 위해선 300억원이 필요하다.

또 주민투표 결과에 서울시장 진퇴를 건 것을 두고는 시민을 상대로 한 ‘협박정치’라는 비난이 팽배하다. 야권과 진보진영 시민단체에선 “투표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주민투표 선거운동 중에 시장직 사퇴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사실상 시민들의 투표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이라며 “주요 정책 사안에 대한 지역 주민의 뜻을 묻는다는 주민투표의 취지는 사라져버리게 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실리적으로도 이득이 크지 않다. 우선 당내 인심을 잃었다. 주민투표를 추진하고 시장직 진퇴를 거는 등의 정치행위를 ‘독단적’으로 결단하고, 결과적으로 당을 어렵게 했다는 점에서다. 이미 유승민 최고위원(53)은 “오 시장이 한나라당을 늪에 밀어넣고 있다”고 했고, 한 핵심 당직자는 “당은 어찌되든 자기만 생각하는 오세훈은 제명시켜야 한다”고 반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하면 오 시장은 주민투표로 정국 전면에 섰을지언정, 제대로 수습을 못했다는 역풍에 맞닥뜨리게 됐다.

정치컨설팅회사 ‘조원씨앤아이’는 정국보고서인 ‘폴링포인트’에서 “2012년 선거에는 물가와 고용, 사회복지에 대한 민심의 요구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세훈 시장이 일으킨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가장 큰 함정은 이러한 민심의 흐름에 따라 민심을 얻으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대로 민심을 바꾸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 시장으로선 시장직 진퇴를 걸었던 주민투표 무산 후 사퇴 시점을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다만 친이계 등 여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정치적으로 실패한 게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오 시장이 보수 가치를 위해 결단하는 모습을 통해 ‘보수의 아이콘’으로 우뚝 서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또 한나라당의 어정쩡한 태도와 민주당의 대대적인 불참운동에도 불구하고 20%가 넘는 투표율을 기록한 것에서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2017년 대선쯤에는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국가의 재정건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때쯤에는 복지포퓰리즘을 걱정했던 오 시장이 차차기 주자로 부각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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