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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가족과 함께한 공직자 힐링캠프』를 다녀와서
[기고]『가족과 함께한 공직자 힐링캠프』를 다녀와서
  • 영주일보
  • 승인 2015.11.0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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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확 서귀포시 생활환경과

▲ 홍기확 서귀포시 생활환경과
어른이 되면 자주 못하거나 아예 못하는 경험이 있다. 자주 못하는 것은 부모와 한방에서 잠을 자는 것이다. 아예 못하는 것은 부모와 함께 손을 잡고 걸어가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엄마의 젖을 물고 자고, 아빠의 팔베개에 소로록 잠에 빠졌었다. 동네 슈퍼를 가더라도 엄마의 손을 잡고 가고, 아빠의 든든한 어깨에 들어 올리어 높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서귀포시청은 초등학교 아이를 두고 부모님이 계신 격무부서, 현업부서 공직자 13가족을 전 부서에서 선발하였다. 3대가 모이자 인원은 총 39명. 2박3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남이섬, 에버랜드, 한국민속촌,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덕수궁을 바삐 돌아다녔다.

격부부서 공직자들을 모아놓으니 ‘아!’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그야말로 ‘어두운 곳에서 일하며 밝은 미래는 꿈꾸는’ 헌신적인 공무원들이었다. 힘든 업무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부모 역시 자녀에 대한 신뢰가 확고했다. 자녀들 역시 아직은 어리지만 엄마, 아빠에 대한 유쾌한 믿음이 돋보였다.

남이섬을 걸었다. 어머니와 손을 잡고 걷던 아이는 오른손을 내민다. 나와도 손을 잡고 걷자는 의미인가 보다. 나는 아이의 손을 잡았다. 어머니의 손과 내 손은 아이와 양손을 통해 연결된다. 3대가 연결된 뜨거운 피는 물리적으로는 통하지 않더라도, 심리적으로는 어머니, 아이, 내 몸속을 흘러 다닌다.
햇살이 비친다. 눈이 부시다. 눈이 부셨던 것이 운이 좋았다. 살짝 눈을 찡그리니 영화처럼 어린 시절 어머니와 손을 잡고 걷던 그 길, 이 길, 저 길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모텔에서 어머니, 아이와 함께 잠을 자고 일어났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부지런한 어머니는 벌써 씻고 나와 화장품을 바르고 계신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머니의 화장품은 퍽이나 간소하다. 게다가 어디서 구하셨는지 화장품은 대부분이 샘플 병으로 조그맣다. 그렇게 어머니는 사셨나보다.
그때 아이는 여전히 잠을 자고 있었다. 이제 몇 년 후면 아이는 나와 손을 잡지 않을 것이고, 나와 잠을 잘 기회도 없을 것이다.

이렇듯 이번 『가족과 함께한 공직자 힐링캠프』는 과거를 돌아보고 그야말로 ‘힐링’할 수 있는 수많은 화두(話頭)를 나에게 던져주었다. 부모에게, 아이에게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잔잔한 충고를 주었던 좋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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