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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그들은 실버가 아니고 골드였다
[기고]그들은 실버가 아니고 골드였다
  • 영주일보
  • 승인 2015.11.0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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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란 서귀포시 동부보건소

▲ 정혜란 서귀포시 동부보건소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11월 1일 제8회 서귀포동부보건소 오름걷기 행사가 이번엔 건강체조 시연과 함께 개최되었다.

온평생활체조팀의 체조시연을 시작으로 제주대학교 체육학부 도움으로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해녀불턱체조에 이어 평균나이 73세인 남원 청솔동호회의 기공체조와 올해 13명의 보건진료소장들이 개발한 오몽체조로 몸풀기를 하고 오름을 걷는 동호인들을 출발시키고 이어서 차밍댄스, 라인댄스 등으로 건강체조 시연은 점점 무르익어갔다.

12개팀으로 이루어진 건강체조 시연이 무르익어지자 참가한 팀들과 오름걷기 동호회 곳곳에서 속닥속닥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세상에 정말 일흔이 넘으신 거 맞아?”
“이젠 실버실버 하면 안되크라.”
“실버가 아니고 골든 게, 골드야.”
“어떵허난 저렇게들 잘 하멘 마씀.”

체조 시연회를 보면서 즐기는 중년의 여인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왁자하게 떠들면서 하는 말이다.
나는 옆에서 빙그레 웃었다.

‘그래, 보건소가 하는 일이 이런 일이지. 건강 100세 시대가 아닌가! 실버 아니고 골드가 맞네, 맞아!’

유태인들은 마을의 어르신 한 분이 돌아가시면 ‘도서관이 하나 사라지는 거’라고, 그렇게 슬프게 애도를 한다는 데, 이제 우리도 저 어르신들이 그냥 노인네가 아닌 이 마을을 이 고장을 한 때는 이끌어 갔고, 이제는 마을의 맥을 이어가고 지켜가는 분들로 기억하고 공경해야 한다.

그러자면 우리의 생각도, 어르신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나이가 들어서 못하는 게 아니고, 안 해서 못하고, 해보지도 않고 반사적으로 못한다는 생각만으로 마음을 움직이지 않아서 그렇게 고정되어져 못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 새 체조 시연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마음도 하나 요~, 느낌도 하나 요~, 그대만이 정말 내 사랑인데…….”

무대 위에서 노익장을 과시하는 어르신들이 더 한층 신명나게 노래를 부르며 율동체조를 하고 있다.
나는 손을 머리 위로 쭉 뻗고 있는 힘껏 박수를 치며 흥을 돋웠다.

11월 첫 날, 가시리 따라비오름 하늘은 풍성했고, 바람은 흥에 겨운 노래와 춤으로 억새와 함께 더 한층 깊어진 가을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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