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규수급자를 대상으로 의료급여 제도안내 및 홍보를 하고 있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통보되는 의료기관 과다 이용대상자들의 병의원 이용내역을 분석하여 중복투약이 많거나, 의료쇼핑 등이 의심되는 가구를 방문하여 복약지도 및 건강관련 상담 등을 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사례관리 가구를 방문해 보면 보통 지적‧정신적인 장애 문제 등으로 나 혼자만의 상담을 통해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인 사람이 있다.
최근 사례관리 대상자 중 한 분의 경우, 2014년 의료기관 이용내역 분석결과 총9군데의 병의원을 592번 내원하였으며 그로 인한 기관 부담금이 약 2천만원 가량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중복투약일수가 287일이라는 것.
처음 사례관리 개입을 위하여 전화로 내용을 설명 드리고 3일 후 가구방문 약속을 잡았다. 늘 해오던 일이기에 가구방문 후 더 자세한 설명을 드리고자 했는데 전화를 끊고 난 후 대상자로부터 수 십 차례 전화폭탄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바로 다음날 가구방문을 했다.
대상자의 집 앞에 들어서는 순간 악취와 정리되지 않은 집안환경에 신발을 벗기가 무서웠다.
그는 지적 장애 및 머리에 부상을 입은 후 뇌의 손상으로 설명을 들을 때는 이해를 하나 뒤돌아서면 기억을 잘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집주인 아주머니께서 대상자를 안타깝게 여겨 자주 돌아보긴 하지만 돌봐주는 가족이 없어 아침에 관절통증 치료를 받은 후에도 이를 잊어버리고 또 진료를 받아온 것이다.
처방받아온 약들도 정리되지 않은 채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는 상황으로 건강상태가 매우 염려스러웠다. 일단 약을 종류별로 정리하여 복약지도를 하고 관절염 관련으로는 한 곳의 병원을 지정하여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돌아왔다.
방문 이후에도 대상자로부터 하루 열 번 가까운 전화를 받아야 했고 그 후에도 4차례 가구방문을 하였지만 병의원 이용실태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개선될 것 같지 않아 현재 대상자가 관절염으로 이용하고 있는 두 곳의 병원에 협조요청을 하였다.
사례관리의 목적을 설명하고 현재 대상자가 같은 질환으로 두 곳의 병원을 이용하며 중복으로 약 처방 및 치료를 받고 있어 대상자의 건강이 더 악화될 수 있으니 대상자 방문 시 양쪽 의원 간 진료여부를 확인해달라고 하였다.
또한 대상자의 집주인 아주머니를 만나 대상자를 만날 때마다 하루 한 곳의 병원만 이용하라는 말을 계속 해달라고 요청하였다.
병원 및 집주인 아주머니의 협조에 힘입어 대상자는 관절염으로 한곳의 의원만을 이용하게 되었고, 현재에는 한곳의 의원을 주3회 정도 이용하고 있다.
사례관리 개입 후 현재까지 대상자의 병의원 이용내역 분석 결과 내원일수는 100일가량 감소하였고, 기관부담금은 6백만원 가량 감소 하였음이 확인되었다.
병원 및 집주인 아주머니의 협조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아직도 복약지도 등 남아있는 문제가 있지만 병원과 이웃의 적극적인 협조에 힘입어 대상자에게 건강한 삶의 변화가 올 것이라고 믿으며 나는 오늘도 파이팅을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