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점에서 구입하면 자전가 1대당 3백원의 이익이 생긴다. 한달에 5~6십대 팔면 근 1만8천원 이상은 한 달에 이익이 더 생기고, 대외신인도도 높아 자전거 부속도 더 팔 수 있으니 이익은 더 많이 발생하게 된다. 생각해보라. 한달 월급이 1만원인데 대리점권만 따면 매월 내 월급의 두 배를 벌게 되는데 왜 앉아서 이 돈을 버리는가. 참을 수가 없었다. 얼마 있다 H형 보고 다시 부산에 갔다오라고 했다. H형은 다시는 안 간다는 것이다. 사실 H형의 이 말은 핑계이고 부산 가서 삼천리자전거 부산지점과 대리점 개설하는 게 그리 쉽지 않은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제주시장을 장악하려고 부산삼천리상사에서 부산지점에 로비를 하고 제주에 대리점 개설하는 것을 적극 가로막고 나서는 것이 장애가 되어 부산지점에서도 ‘부산삼천리’하고 거래하도록 결정이 난 일이므로 가봐도 성사되지 않고, 자기 체면만 깎이게 되니 이유를 대고 안가는 것이었다. 이제는 내가 가겠다고 주장해도 막을 명분이 없다. 내가 가겠다고 나섰다. 그날 따라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상표에 적힌 주소만 들고 부산바닥을 헤매었다. 지금은 오래돼서 부산 영주동이 아닌가 어렴풋이 생각한다. 부산역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전화로 간신히 찾아 몇 시간만에 삼천리자전거판매주식회사 부산지점을 찾아 들고보니 지점장은 안계시고, 직원에게 찾아온 사정을 말했더니 직접 거래가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산삼천리상사에서 제주에서 손님이 찾아갈 것인데 직거래는 절대 안된다고 말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누가 부산삼천리에 연락을 해주었는지 모르지만 세상에는 비밀이 없다. 대리점 계약때 제주는 부산삼천리에서 물건을 공급하기로 했으니 거기서 구입하라. 대리점 계약을 어길 수 없다 하는 것이었다. 말문이 막혔다. 그래도 이대로 돌아설 수는 없다. 돌아서면 내 사업도 평범한 자전거 수리소에 불과하고 나의 뜻은 좌절이다. 안된다. 나는 물러설 수 없다 결심하고 기다리다 지점장이 오시니 차근차근 질문을 했다. “대한민국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생산한 물건을 똑같은 조건으로 소비할 권한은 인정하십니까?” 인정한다였다. “삼천리자전거를 생산할 때 특정지역 사람은 특정지역을 통해야 하고 차별대우 받으면서 소비해야 한다는 의도로 생산한 것입니까?” 그것은 아니지만 운운......
“제주도는 대한민국 행정구역 제도에 의하여 엄연한 도이고 삼천리자전거판매주식회사가 탄생하기 전에는 서울 본사에서 직거래하였는데 새로운 회사가 탄생한 것은 제주도 상거래에 대한 제한을 가하고자 한 것입니까? 제주도민의 소비권을 보장하신다면 당연히 직거래를 시켜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어느 벽지에 있든 같은 조건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공급체계를 확립하는 것도 대회사의 상도의에 부합한다고 생각됩니다만 대한민국 사람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약속을 마지막까지 지키겠습니다. 제주삼천리상사는 재력이 약해서 거래할 곳이 못된다고 미리 정보를 주신 것 같은데 그 말은 사실입니다. 때문에 나는 외상거래를 하려는 것이 아니고 현찰거래만 하겠습니다” 따지기도 하고 사정도 하고 세 시간여를 줄기차게 설득하였다. 지점장님은 권씨였는데 갑자기 직원을 부르더니 “귀찮아 죽겠다. 이 사람 현찰거래만 한다니 계산서 끊고 물건 발송해!”하는 것이 아닌가.
이 한 마디를 듣기 위해 얼마나 애간장을 녹였는지. “지점장님, 대단히 고맙습니다. 식사나 같이 하시죠” 했더니 “식사는 무슨 식사” 하는 것이다. 뜻있는 곳에 길이 있고 두드리면 열리고 열 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격언이 맞기는 맞는 것 같았다.
이제는 명실상부하게 전 제주도에서 삼천리자전거판매주식회사 제주도총판대리점 자격이 발생하였다.
그 당시는 삼천리자전거가 전국에서 제일 품질이 우수하고 삼천리자전거를 타면 탄 사람이 돋보이는 때였다. 대리점을 따내고서는 자신있게 장사를 할 수 있었다. 요즈음 대리점계약하려면 담보를 한다, 보증인을 세운다 야단이지만 나는 대리점은 분명한데 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 ‘말이 법이고 계약’이었다.
이 계약을 성사시키고 상점에 큰 이익을 가져오게 되니 H형도 별 말이 없고 내 의견에 동의할 때가 점점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