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테마전시는 설문대여성문화센터가 매년 여성 주제 전시를 마련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올해 전시의 주제는 ‘여성과 신화’이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여섯 명의 여성작가들과 ‘제주신화 속 여신’이라는 주제의 큰 틀 아래 지난 3월부터 여성작가-신화전문가-큐레이터가 연동하여 여러 차례의 신화강연, 워크숍, 신당기행, 작가 인터뷰를 거쳐 제주 신화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해 준비된 전시이다.
서양의 신들이 처음부터 신이였다면 제주의 신들은 고난을 극복한 인간이 신으로 좌정(坐定)되어 신화 속에서 신과 인간의 관계를 이야기로 담아내는 특징이 있는데, 제주신화에 등장하는 여성 주인공들의 활동이 유달리 두드러짐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전통적으로 우리사회의 기본통치 개념이 부계중심의 유교(儒敎)문화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문화사적 재평가가 요구되는 시점에 열리는 여성 주제전은 그 의미가 있다.
이번 전시는 일러스트를 통해 제주여신을 구체적으로 상징화하여 관객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는데 특징이 있다. 작가들은 개인적 모티브를 벗어나 신화 스토리에 기반을 두고 여신을 형상화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여섯 명의 작가들이 그림 내용을 살펴보면,
고경리 작가의 그림은 ‘변소신’인 노일저대가 오물과 함께 뒷간에서 있는 모습을 통해 그녀가 무엇을 원하고 내가 원하는데 뭔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또 카리스마 넘치는 요드레또 뱀신을 형상화하기 위해 긴 목, 좁은 어깨, 새하얀 피부로 상징성을 강조했다.
양영심 작가의 그림에서는 창조의 여신 설문대여신이 오줌 누는 홍수 장면을 통해 여신의 행위 중 가장 자유로움을 가질 수 있는 온전한 자유의 시간을 갖는 여신의 모습을 형상화 했다.
이강인 작가의 그림에서는 이승과 저승사이에 있는 서천꽃밭과 자청비, 집안 여러공간에 좌정한 신들의 이야기가 담긴 일곱형제와 여산부인, 집을 지켜주는 조왕할망을 통해 주변생활과 밀접한 여신들을 형상화 했다.
정지란 작가는 여인들만 산다는 이어도의 신화 시리즈와 마라도 애기업개당 전설에 담긴 어린소녀의 애틋한 죽음을 형상한 그림을 선보인다.
한아영 작가는 죽어가는 꽃을 피운 동해용왕의 공주 저승할망과 4만 8천가지로 꽃을 피워 삼승할망이 된 명진국 따님의 얘기를 그림으로 풀어냈다.
한항선 작가는 신들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백주도의 모습을 통해 묵묵히 제주도를 지켜낸 여신신의 모습과 강림의 큰부인을 통해 지혜로운 제주여성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번 전시는 일러스트 24점으로 구성되었으며, 전시에 참여한 여성작가가 해석한 개개인의 개성이 담긴 그림을 통하여 제주섬 신화에 담긴 건강한 담론을 꺼내 인간평등, 인간존중의 평등 사회가 내재된 제주 문화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설문대여성문화센터 관계자는 “앞으로도 ‘제주’와 ‘여성’에 대한 건강하고 신선한 담론 모색의 메카로 굳건히 자리 잡고, 그 일환으로 지역의 젊은 미술주체들에게 분발을 촉구하는 의미있는 예술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여성문화공간으로 거듭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