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찬 서귀포시 서홍동장

십년 후면 어르신 인구가 천만명을 넘는다는 통계를 보았다. 단순히 어르신들의 수가 증가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늙고 병들어 눈물의 골짜기를 헤매는 어르신들의 삶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다. 그들의 가난은 게을러서도 아니고 학력이나 경력이 모자라서도 아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허덕이다보니 보랏빛 노을의 황혼이 된 것이다.
어르신들 문제의 핵심은 무엇일까? 가난과 불행을 사회와 국가의 탓으로 돌리는 건 공허하다. 물론 생존이 걸린 늙고 병든 어르신들에 대해서는 선택적 복지의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하지만 장수하는 시대에 방황하는 젊은 어르신들에겐 밥보다 자기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가 아는 70대 중반의 어르신은 동네 주유소에서 기름 총을 잡는다. 시간을 내서 동주민센터에 춤을 배우러 다니기도 한다. 아르바이트를 해도 품값을 더 싸게 받고 더 열심히 일 한다고 한다. 그는 가난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일을 하고 싶어서 한다고 했다.
노년에는 몸보다 마음이 추운 경우가 많다. 자기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잃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현명한 어르신이라면 기다릴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하지 않을까? 인도에서는 60세 어르신이 되면 숲으로 들어간다는 말이 있다. 숲에서는 신선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꾸고 마음을 바꾸면 삶의 의미가 달라진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마음으로 노년을 아름답게 준비하고, 뜨거운 마음으로 세상과 소통하여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할 때이다.
저작권자 © 채널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