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기초수급자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닥이 차가웠다. 하지만 집안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하시는지 책장에는 책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지병이 있어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으시고 일을 오래 하지 못해 집에서만 생활하신다고 하셨다. 갑자기 문득 식사는 잘 챙겨 드시는지 궁금해졌다. 여쭈어보니 가끔 지원받는 라면으로 대충 때우신다며 쌀은 사먹기가 부담된다고 하셨다. 정부에서 쌀값 50%를 지원하는 사업이 있음에도 뜨끈한 밥보다 라면을 드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할아버지께 지원 사업에 대해 알려드리고, 신청하셔서 밥심으로 건강해지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돌아왔다.
정부에서는 쌀값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자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양곡금액의 50%를 지원하는 정부양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올해(2015년)기준으로 20kg 쌀 1포의 가격이 44,410원이면 정부에서 쌀값의 50%(22,210원) 지원해 본인은 22,200원만 부담하면 된다. 우리시에서는 주기적으로 정부양곡사업에 대해 홍보하고 있고, 2014년 하반기에는 대상자들에게 우편으로 사업에 대해 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부양곡사업 지원을 받는 대상자보다 지원을 받지 않는 대상자들이 많다. 지원 사업에 쓰이는 쌀이 값은 싸지만 질은 떨어질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매월 1~10일 읍면동 주민센터로 신청하면 배송업체에서 집까지 배달해준다. 신청만 하면 반값에 올해 수확한 신곡을 집까지 배달받을 수 있는데 잘못된 인식 때문에 좋은 제도가 외면 받는 것 같아 아쉽다.
이제 공직에 들어온 지 1년이 지나가고 있다. 내가 이곳에서 보고 느낀 기초수급자들의 생활 모습은 신문이나 TV에서 보던 모습보다 더 어렵다.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라는 말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정부양곡사업을 통해 든든한 밥심으로 추운 겨울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이겨내셨으면 좋겠다. 쌀값부담으로 따뜻한 밥 먹기가 어려웠던 분들을 위해 실시되는 정부양곡제도의 진심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