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은 발음이 잘 안될 정도로 낮술을 한 민원인이 전화가 와서 생활이 어렵고 힘들다 하시기에 월소득, 재산을 묻고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안내를 해드렸더니 “돈 필요없어!”라고 하시고 전화를 끊어버리셨다. 그리고 다시 전화가 오셨기에 이번에는 “선생님 많이 힘드세요?”하고 물으니 민원인이 혼자서 두 아들을 잘 키운 자신의 이야기를 하셨고 이야기를 들어드렸다.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민원인이 오셔서 죄송하지만 전화를 끊어도 될까요?” 말씀드리니 전화주신 분이 기분이 좋아지셔서 “고맙다.”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으셨다. 이 민원인에게는 돈보다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민원인과 두 번의 통화를 통해 앞으로 어떻게 민원인을 대할지 깨달았다. 전에는 지침을 외우고 안내할 때 틀리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마치 돈이 들어오면 음료를 내주는 자판기처럼 일했었구나 생각하니 속상했다. 앞으로는 민원인이 수급 기준에 맞는지,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나 파악하기보다 민원인이 어떤 욕구가 있는지를 천천히 듣고 이해해야겠다. 사회복지공무원은 사무업무를 보는 행정가일 뿐만 아니라 사람을 보는 사회복지사라는 것을 항상 명심하겠다.
송파 세 모녀 사건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긴급복지지원법이 개정되어 수급권자가 더 늘었으나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복지공무원의 따뜻한 관심이라 생각한다. 작은 관심과 작은 차이가 제2의 송파 세 모녀 자살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민원인의 말에 귀 기울이고 민원인의 마음을 잘 파악하고 대상자에게 맞는 맞춤형 복지서비스 전달을 잘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앞으로 사람을 살리는 사회복지공무원이 되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