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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청소 인프라의 역설(力說)
[기고]청소 인프라의 역설(力說)
  • 영주일보
  • 승인 2015.08.2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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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확 서귀포시 생활환경과

▲ 홍기확 서귀포시 생활환경과
2002년,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이 준공되고 뜨거운 국민들이 한국의 전사들을 위해 응원을 했다. 그들은 월드컵경기장 주변의 도로를 이용하고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경기장, 도로, 주차장. 이들을 사회기반시설, 인프라(infrastructure)라 한다.

청소행정의 인프라는 이보다 더 복잡하다. 배출, 수집, 운반, 처리라는 순환고리가 모두 인프라다. 서귀포의 경우 배출 인프라는 시민, 클린하우스와 음식물 계량장비. 수집은 환경미화원, 운반은 차량과 인력 및 수집운반 대행업체. 마지막으로 처리는 매립장, 재활용 선별센터, 음식물자원화시설 등 환경기초시설이다.

청소 인프라의 첫 번째 역설은 여기서 비롯된다.

네 가지 인프라 중 하나가 잘 나가면 다른 인프라가 삐걱댄다. 가령 혼합쓰레기 반입금지, 쓰레기 분리배출 교육을 통한 시민 의식의 향상은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재활용품 반입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수집운반은 더뎌지고, 처리시설은 넘치는 재활용품을 당장 감당하지 못한다.

한편 인프라 하나가 원활하지 않으면 다른 인프라가 덜컥댄다. 쓰레기 불법투기는 깔끔한 수집을 방해하여 미관저해를 초래한다. 자연스레 클린하우스 수거통이 넘쳐나고, 음식물 계량장비는 시민들이 무심코 올려놓은 음식물 쓰레기로 인해 악취를 풍겨 시민의 배출, 환경미화원의 수집의 순환을 방해한다.

이를 통해 두 번째 청소 인프라의 역설도 알 수 있다.

청소인프라의 착한순환, ‘선순환(善循環)’을 시민들은 알아채지 못한다.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관심도 없다. 하지만 제대로 되지 못한 순환, ‘악순환(惡循環)’에는 극도로 민감하다. ‘내가 너희들에게 쓴 세금이 얼만데?’라며 제대로 하라고 격렬히 반응한다.

이렇듯 청소행정은 잘 하면 본전, 못하면 가혹한 채찍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청소 인프라의 ‘역설(逆說)’을 변명이나마 ‘역설(力說)’하고 싶다.

청소인프라는 지금도 문제점을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수정하고 있다. 물론 예측도 끊임없이 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 정책의 변화, 시민의 기대와 시민의식의 급변, 배출수집운반처리 인프라가 당면한 현실적인 예산부족 등 변수가 너무도 많다.

이에 서귀포시는 시정공감토크, 설문조사, 다음 달에 계획된 3대 혁신과제 시민 토론회 등을 통해 조금 앞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시민의 요구, 아이디어를 들으려 한다. 청소행정의 주인공을 시민으로 모시려고 한다.

이제 시민들도 행정을 올곧게 믿지 말길 바란다. 청소인프라 구축에 시민이 참여하고, 청소행정에 시민들이 할 일을 발굴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바란다. 행정은 단지 맛깔 나는 조연배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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