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산길’은 총 1.2Km로 한 시간가량 여유 있게 걷기 좋은 길이다. 바다와 42개의 크고 작은 섬,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예덕나무, 황색 홍도 원추리 등 온갖 식물들이 어우러진 산길에는 수많은 볼거리가 숨어 있다.
멀리 상추자 등대산 공원에서 바라보면 왼쪽으로 작은산 오른쪽으로 돈대산이 사이좋게 삼첩으로 이루어져 마치 어머니 품속 같은 포근함을 연상케 한다.
엄바위를 지나 추억의 학교 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추자 추석산 일제 진지동굴을 마주친다. 일제 강점기 본토사수를 위해 옥쇄작전(決-7호 작전)을 감행하려던 일본군들이 지휘본부용으로 구축한 진지동굴이다. ‘ㄷ’(말굽)형 굴을 지나다 보면 박쥐가 걷는 객을 맞이한다. 급경사길 숨을 몰아쉬며 오르다 보면 어느덧 바다와 섬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에 오른다. 추석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추자군도 섬들의 모습에 어느새 ‘비인간(非人間) 여신선(如神仙)’이 된 느낌이다.
고즈넉한 어촌마을 예초리 포구, 왼쪽으로 수령섬, 악생이, 염섬, 검등여, 가운데로 추포도, 횡간도, 검은가리, 보일 듯 말 듯 다가서는 보길도, 오른쪽으로 상섬, 구멍섬, 덜섬, 보름섬, 우두도, 쇠코, 뒤로는 사자섬 수덕도, 푸랭이, 만선을 향해 먼 바다로 항해하는 고깃배
섬들마다 자신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듯 예쁜 화장을 하고 추석산을 바라보는 듯하다.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 정선이 추석산에 올랐으면 인왕재색도보다 더 아름다운 추자군도를 화폭에 담는 모습도 상상해 본다.
능선 길을 따라 걷다보면 바위모양이 꼭 여자 음부처럼 생겼다고 하여 이름 지었다는 공알 바위 흔적을 만난다. 하지만 마을에 재앙이 있어 공알 바위를 시멘트로 덮어버려 지금은 볼 수 없어 아쉬움만 남는다.
새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천주교 111번째 성지 황경한의 묘 입구에 다다른다.
예초리 마을로 돌아오는 방법은 두 가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오거나, 조금 멀지만 황경한의 묘를 지나 신대전망대, 예초리 기정길로 걷는 길이 있다. 올레 18-1코스를 걸을 때는 미처 보지 못한 풍경을 발견할 수 있는 추석산 길, 이 길이 또 다른 추자도 명품길이 되길 기대해보며 다가오는 추석날 연인과 친구와 가족과 함께 추석산 정상에서 보름달을 보며 서로의 소원을 빌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