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가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재임 중 부업을 갖지 않고, 집을 늘리지 않으며, 절대 부동산 취득을 하지 않고, 재임지에서는 그곳의 결코 명산물을 취하거나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 가지 거부해야 할 사항은, 윗선의 부당한 청을 거절하고, 재임 중 경조사에는 절대 부조를 받지 않으며, 어떤 답례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살펴보니 현재의 공직자행동강령과 대동소이하다.
한편 조선왕조 518년 동안 청백리는 황희, 맹사성 등 218명이 선정되었다. 관리들 중에 청렴 결백한자를 의정부, 육조의 2품 이상담당관과 사헌부, 사간원의 수장들이 추천하여 임금의 재가를 얻어 선정한다.
살펴보니 지금 여러 지자체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간부공무원 청렴도 ‘설문조사’와는 방법 자체가 다르다. 설문조사는 오차범위와 신뢰수준이 존재한다.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가’라는 설문조사는 그럭저럭 참고자료로 활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청렴을 단순히 몇 명의 ‘설문조사’로 일도양단(一刀兩斷)하여 평가할 수 있을까?
이른바 공정하다는 다면평가(상급, 동급, 하급자가 서로를 평가하는 방법)도 최근에는 승진, 청렴조사의 여러 방법들에서 배제되고 있다. 장점도 많지만, 그보다 더 많은 단점이 있어서다. 인기투표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자기식구 챙기기가 극심했다.
물론 청렴은 평가의 대상이다. 긴장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청렴은 평가의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 직원을 훈련시키기 위해 일거리를 주고, 장기적 성장을 위해 때로는 야단치는 상사가 있다. 또한 직원들에게 부담을 줄까봐 일찍 퇴근하고 직원들과는 거의 술자리를 같이 하지 않는다. 가정친화적인 직장생활을 적극 응원하지만, 일을 게을리하거나 성과를 내지 않으면 수장으로서 ‘당연히’ 경고사격을 한다.
그런데. 이런 상사가 과연 인기투표, 혹은 청렴평가든 어떤 설문조사를 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까?
물론 완벽한 평가방법은 없다. 그런 게 있다면 지금도 새로운 인사․청렴 평가방법들이 우후죽순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설문조사의 신뢰도와 오차범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
아니면 조선시대와 같이 설문조사를 토대로 선정․추천된 청백리 100명 인재풀에서 시장, 도지사가 책임지고 10명을 선정하는 방식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선정된 ‘청백리’는 반드시 도민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동료직원, 최상급자, 도민, 이렇게 3단계 검증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조선시대 500여 년 간 선발된 청백리 200여명. 적은 숫자라고 조선시대가 청렴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만큼 청백리를 신중하게 선발했다는 방증(傍證)이다.
현재 지자체들이 시행하는 청렴평가의 개혁이 아닌 개선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