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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논평 전문] 윗 순번에 꿀 발라놓은 기호 제도 폐지하라
[녹색당 논평 전문] 윗 순번에 꿀 발라놓은 기호 제도 폐지하라
  • 영주일보
  • 승인 2015.08.1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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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은 김부겸 전 의원의 제안을 환영한다.

기호 6번 대통령 당선자도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국민이 별로 없을 것이다. 1967년 제6대 대선의 박정희 당선자가 기호 6번이었다. 그러나 그 다음의 1971년 제7대 대선에서 박정희 후보는 기호 1번으로 등장했다. 그 사이 제1당과 그 후보자에게 기호 1번을 부여하는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기호 제도는 독재의 유산이다. 녹색당은 이 제도의 폐지를 요구해왔다. 2013년 1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으며, 합헌 판결 이후에도 기호 제도의 폐지를 당론으로 삼고 있다.

김부겸 전 국회의원이 기호 제도를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녹색당은 김 전 의원의 제안을 환영한다. 정당의 국회의원수에 따라 기호 순번을 매기고 다수정당을 투표용지 윗칸에 박아두는 기호제도는 불공정하다. 실제로 여러 연구 결과에서 앞 또는 위에 게재된 후보자가 일종의 가산점처럼 추가득표 효과를 누리는 ‘순서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 2등은 1, 2번으로 만들고 이들을 다시 1, 2등으로 만드는 것은 한국의 현행 선거제도의 특징이며 기호 제도 역시 이 한 가운데에 있다.

기호 제도의 폐해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도 잘 알 것이다. 같은 당에서 여러 후보를 낼 수 있는 중선거구제 기초의원 선거의 경우 기호 가번이 갖는 이점이 어마어마하게 크다. “‘가’에 꿀발라놨드나. ‘나’도 함 묵어보자”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듯 기호 제도의 피해자에는 소수정당만이 아니라 거대정당 내부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처한 당원도 포함된다.

‘고정기호’ 때문에 투표용지 이름 순서와 기호가 맞지 않아 유권자를 오히려 더 헷갈리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녹색당 후보가 기호 4번을 받더라도 고정기호를 받은 정당 한 군데서 후보를 내지 않으면, 그 녹색당 후보는 투표용지 세 번째 칸에 오르게 되고 정작 네 번째 칸에는 기호 5번 이하의 후보자가 오른다. 이때 유권자가 기호를 게재 순서와 동일시하면 잘못 기표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호에 등록된 정당 18개 가운데 7개 정당의 명칭이 ‘ㄱ’자로 시작된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원외정당의 경우 ‘가나다’ 순으로 기호를 배정받기 때문에 앞자리로 나오려는 정당들이 ‘ㄱ’자로 시작하는 당명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긴 탓이다. 투표용지가 전화번호부인가? 정당명부 투표용지에서도 기호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

녹색당은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다수정당부터 숫자 기호를 부여하고 이 순서에 따라 투표용지에 게재하는 불공정한 제도를 폐지하라. 추첨을 통해 투표용지 게재 순서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정정당이 운으로 투표용지 맨 윗칸에 오르는 것까지 방지하려면, 여러 버전의 투표용지를 제작하거나 위아래 없는 원형 투표용지를 도입할 수도 있고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다.

민주주의는 다수파와 소수파가 고정되지 않고, 서열이 고착화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정치의 민주주의는 실질적으로는 물론 절차적으로도 여전히 온전하지 못한 셈이다. 녹색당은 기호 제도를 포함해 다수정당에게 주어지는 부당한 특혜들을 철폐하고 정치 다양성을 꽃 피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2015년 8월 12일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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