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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잃어버린 제주난향을 찾아서
[기고]잃어버린 제주난향을 찾아서
  • 영주일보
  • 승인 2015.08.0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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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태 서귀포시 문화예술과

▲ 강승태 서귀포시 문화예술과
신비의 섬, 제주도는 난초의 메카이다. 한반도 자생난 112종 중 81종 총 72%가 분포 서식하고 있다. 다양한 난초들은 한라산 깊숙이 신비를 머금고 있다. 설문대 할망의 눈물을 따라 내려오는 돈내코 계곡물사이로 조용히 숲길에 명상해 보면는 어느새 삼삼오오 모여든 나비들이 행렬에 잠시나마 여유를 느껴본다. 이를 역으로 생각해 보면 난향이 있어 나비가 있지 않을까 싶다.

봄을 알리는 춘란을 시작으로 돌과 나무에 붙어 사는 풍란과 석곡 꽃을 피우며 금빛물결을 연상케 하는 새우란까지. 그중 단연 으뜸이며 제주를 대표하는 한란은 흰 눈 사이로 노루를 피해 아름다운 꽃대를 꼿꼿이 세운다. 화분에 심겨져 인간에 의해 길들려지기 보다는 야성의 풋풋함이 배어 있는 야생의 한란은 유연한 곡선을 그리는 잎새 사이로 가느다라한 화경을 올리며 섬세한 꽃을 피우는 매력은 가지고 있다. 꽃은 5~10송이가 달리는 일경다화성로 아침나절에 햇볕을 받고나면 청아한 맑은 향을 은은하게 풍긴다. 청향이라 하여 맑고 그윽하고 은은한 향기로 예로부터 매, 난, 국, 죽의 사군자에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차나 술로 담아 마셨다는 기록도 있다. 누구든지 이 향기를 맡아본 사람이면 취하고 말 것이다. 지친 현대인에게는 향기를 맡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에 안정을 주는 알파파(뇌파의 일종)가 활성화되어 활력지수가 38%까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이다.

난초식물의 향기, 난향은 참으로 신비로울 뿐이다. 아침 햇살이 비추는 10시부터 11시경에 습도 등 충족된 환경이 되어야 청향을 풍기다. 인위적 향수가 아니라 가슴속까지 스며들어 맑게 해주는 향기는 매일 맡아도 질리지가 않는다.

이렇게 계속 옆에만 두고 싶지만 아쉬운 이별을 해야 한다. 화분에 곱게 길러 난향을 피우지만 실내에 두었을 때 유혹하는 매개체가 없어서 그 향을 잃어버린다. 또한 난은 주인과 장소 등을 인지하기에 사람처럼 불안 증세를 보여 스트레스를 받아 죽을 수도 있다. 보통 전시회를 하면 이삼일내외로 개최하는 게 이 때문이다. 난은 까칠하고 민감한 식물이 아닐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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