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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추자 예초리 엄바위와 억발장사 이야기
[기고]추자 예초리 엄바위와 억발장사 이야기
  • 영주일보
  • 승인 2015.07.1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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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형 추자면 부면장

▲ 김문형 추자면 부면장
풀도 예의를 갖춘다는 추자도 예초(禮草)리 마을로 들어가는 어귀 오른쪽에 바로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엄청나게 크고 엄하게 생긴 바위 엄바위가 버티고 서 있다.

엄바위 앞을 지나갈 때는 모든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세 번 절을 하고 지나 다녔으며 동네에 액이 없고 고기가 많이 잡히게 해달라고 섬 주민 모두가 기원을 드렸다. 또한 몇 년 전까지도 섬 지역에서 행해져 온 장례풍습인 초분(일종의 풀무덤으로 시신을 바로 땅에 묻지 않고 짚이나 풀로 엮은 이엉을 덮어 두었다가 2~3년 후에 묘를 쓰는 장례풍습)을 쓰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 바위 밑에 언제부터인가 억발장사라는 목장승을 깍아 세웠다. 한때는 목장승이 두 개가 세워진 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돌로 장승을 세워 놓고 있다. 예초리에서는 해마다 걸궁을 할 때는 꼭 엄바위 밑에 와서 한바탕 놀곤 했다.

엄바위와 관련해서는 몇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지기에 더욱 신비함을 더한다.

엄바위 근처 신양리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에는 숲이 울창했는데 바람이 불면 도깨비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누가 이 숲의 나무들을 베었는지 모르지만 나무를 베자 나무에서는 피가 흘렀고 그곳에 살던 앵무새가 날아가면서 상․하추자가 연결이 되면 다시 오겠다며 떠나갔다는 구전이 있다.

엄바위에서 150미터쯤 떨어진 해변에 하나가 약 50톤이나 되는 공기돌을 닮은 바윗돌이 다섯 개가 있어 이걸 억발장사 공기돌이라고 했다. 어느날 엄바위의 억발장사가 공기놀이를 하던 중에 심심해서 횡간도까지 뛰어갔다 왔다 하다가 바위에서 미끄러져 죽었다고 한다.

또한 횡간도는 지네형이고 예초리는 닭형이라고 하여 닭과 지네는 상극이라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하며 만약 결혼을 하면 이혼하든지 파탄이 난다고 한다.

억발장사 공기돌은 예초리 방파제 공사에 사용돼 지금은 흔적이 사라져 버려 아쉬움만 남는다.

몇 주 전 청산도 슬로 시티길을 다녀온 적이 있다. 청산도 슬로 시티길에 바람을 통해 범이 우는 듯 한 소리를 낸다고 해서 이름 지은 범바위가 서편제영화촬영지, 구들장논과 더불어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추자 예초리 엄바위는 청산도 범바위에 비길바 없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는 명소인데 반하여 아직까지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추자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이 꼭 한 번 쯤 예초리 엄바위에서 와서 횡간도를 중심으로 엄바위를 보호하고 있는 검은가리, 큰 미역섬, 작은 미역섬, 상섬, 구멍섬, 덜섬, 망도수향 보름섬 등 크고 작은 섬들을 바라보며 옛 이야기도 들어보고 소원도 빌어보는 날을 상상해보면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입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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