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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작가의 산책길에는 지역 주민들이 있다.
[기고]작가의 산책길에는 지역 주민들이 있다.
  • 영주일보
  • 승인 2015.07.0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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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순 서귀포시 문화예술과

▲ 오인순 서귀포시 문화예술과
서귀포에 오래 살아온 사람들에게 솔동산은 그 이름의 부드러운 운율만큼이나 포근한 삶의 추억들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솔동산은 아름다운 바다와 섬•섬•섬, 그리고 시원한 폭포, 아름다운 한라산을 품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 서면 시선이 닿는 곳마다 작품이 되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 있어 누구나 시인이 되고, 예술가가 된다.

“작가의 산책길”은 작가의 삶과 문화예술 혼이 서려 있는 문화시설을 탐방하고 체험하는 코스로, 이중섭미술관~샛기정공원~자구리해안~소암기념관에 이르는 4.9Km 구간을 말한다. 그 길에는 아름다운 풍광과 더불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조성한 50여점의 작가들의 예술작품이 곳곳마다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마치 작품들이 살아서 ‘여기 앉아서 쉬어가라, 심심했는데 나랑 수다떨고 가라’하며 도란도란 말을 걸어오는 듯 한 느낌을 받는다. 그 연장에는 이중섭거리, 소암기념관, 기당미술관, 창작스튜디오가 있어 문화 인프라가 잘 형성되어 있으며, 이와 더불어 주말마다 아트마켓이 열려 이중섭거리를 찾아온 방문객들의 좋은 눈요기 거리를 제공한다.

지난 몇 년간 행정에서 주도적으로 조성해 온 작가의 산책길이 지난 4월 위탁운영자로 선정함에 있어 지역주민들의 손에 맡겨졌다. 심사위원들은 지역밀착형 사업의 중요성에 대하여 인지하고 지역주민들에 의한 지역주민들을 위한 지역주민들이 꾸리는 아기자기한 위탁 운영 사업에 대하여 높은 점수를 주었다. 원도심 지역의 주민들이 함께하자는 뜻에 공감하고 결성한 ‘원도심활성화와 작가의산책길 활성화를 위한 지역주민협의회’가 구성된 후 첫 번째 위탁사업을 맡은 것이다.

지난 6월 24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구)서귀포관광극장에서 ‘별빛 극장’ 공연이 개최되었다. 비가 억수로 내리는 수요일에 추억이 서려있는 관광극장 홀에서의 분위기 있는 째즈음악회는 어디서도 감상할 수 없는 훌륭한 기획행사였다. 6.70년대 서귀포시민들과 희노애락을 함께한 문화 공간이었던 (구)서귀포관광극장은 지난 4월 오픈한 이후, 주말 지역주민 참여형 공연, 기획공연, 주중 수공예작품체험 행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평소 주말 맑은 날씨에는 지붕없는 문화공간인 노천 공연장에서 맑은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감상하며 감미로운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메르스 한파를 겪는 지난 6월 한 달 동안에도 꾸준히 문화행사를 지속해 왔다. 6월까지 이중섭미술관과 아트마켓, 작가의 산책길을 찾은 방문객은 5만8천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6.3%증가한 실적을 보였다.

지역주민협의회는 작가의산책길의 국내외 유명작가 작품을 모니터링 하면서 예술작품에 스토리를 더하고 이곳을 살아온 서귀포사람들의 사연을 풀어낼 것이다. 조금은 세련미가 없더라도, 이곳 서귀포 문화의 향기 속에 나서 자란 문화DNA가 충만한 사람들인 그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사)제주올레, 문화공동체서귀포사람들, 관내초등학교, 문화예술단체, 지역청년회‧부녀회와도 손잡고 행사를 진행하는 등 지역밀착형 협력 사업을 확대 추진 할 계획도 마련하였다. 물론 문화이주자, 서귀포를 사랑하는 예술가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세련된 기획행사로 포장하기 위한 기획사의 도움도 있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서울도심의 문화지구 조성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을 봐왔다. 이중섭거리나 솔동산은 아직 그 현상을 적용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속속 들어서는 공터의 신규 건축물을 바라보면 조금 우려가 앞선다. 주민이 가꾸어 온 마을에서 지역주민이 떠나지 않도록, 그들을 차분히 바라보면서 충고와 격려를 아낌없이 해주어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은 행정의 역할만이 아닌 지역주민이 함께 고민하고 참여하는 가운데 더욱 진일보 해 나갈 것이다.

행복지수의 가장 중요한 척도는 문화이며, 행복한 도시는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이라고 한다.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예향의 도시, 서귀포시를 문화 감성이 풍부한 주민들이 맡아 기획하고, 참여하고, 운영한다면 지속가능한 문화도시인 서귀포의 미래는 정말 희망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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