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섬 어디에 있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연을 대한다. 이국적 풍광에 감탄사를 연발하는 사람도 있고 수없이 많은 관광객 틈바구니에서 함께 있었음을 추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말은 하지 않았지만 길을 같이 떠난 그들에게 갑자기 감사함을 느끼며 함께 있었음을 진심으로 고마워하게 될 지도 모른다. 함께 한 자가 가족이었다면 그들의 유대감은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제주 섬 그 길에서 사람들은 자연의 일부로 되돌아간다. 본래 우린 모두 자연의 일부였다. 속세에서 살기 위해 잠시 자연의 순수를 감추었다. 이제 그 길에서 어제의 나를 잊어버리고 오늘 순수하고 너그러운 자가 된다. 그 길에서 경험하는 힐링을 통해서다. 몸 뿐 만 아니라 마음의 때까지 건강해지는 이 느낌, 힐링이다. 그 길은 우리에게 힐링을 선물한다.
가을이다. 왠지 여름보다 더 활기차 보이는 가을이다. 사려니 가는 길 목마장엔 몽생이들이 얼굴을 땅에 박차듯 뛰어다닌다. 바람 따라 춤추는 억새꽃은 지천으로 피어있다. 노란 감귤들은 너나없이 경쟁하듯 영글어간다. 밭담을 돌아 내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시원하기 그지없다. 아늑히 멀리 보이는 바다는 하얗듯 파랗다. 그 앞을 마음대로 수놓은 초록의 농작물과 녹음의 숲은 어디를 둘러봐도 한 폭의 수채화가 된다.
얼마 전 사려니 숲에서 조릿대가 사방으로 펼쳐진 길을 걸었다. 마침 제주조릿대길 걷기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완만한 길 위엔 알록달록 아웃도어로 멋을 부린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이런 곳도 있구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들려온다. 오고가는 사람들이 얼마인진 끝도 없이 늘어선 차량이 설명하고 있다. 그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다 행복한 표정이다. 제주 섬 그 길은 어디든 행복하다. 치유의 길이기 때문이다.